내년 최저임금 쟁점 부상한 ‘차등 적용’…해외 사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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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6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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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첫 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2.4.5/뉴스1 © News1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첫 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2.4.5/뉴스1 © News1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진행될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도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시절 관련 발언 이후 경영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심의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2023년 최저임금 심의 스타트…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쟁점’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이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2.4.5/뉴스1 © News1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이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2.4.5/뉴스1 © News1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5일) 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3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다.

‘인상 폭’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견은 매년 반복되지만, 올해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당선인의 후보시절 발언이 촉매제가 됐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지불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기업이랑 똑같이 맞춰 월급 올리라고 해보라”며 “저 4%(강성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는 좋아하지만 자영업자·중소기업은 다 나자빠지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다 잃게 된다”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전날 열린 최저임금위 회의에 사용자 측 위원으로 참석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도 “지금까지 법적으로 보장된 업종별 구분적용 등이 그동안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전향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며 차등 적용 논의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노동자 측 박희은 위원(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윤 당선인과 경영계의 지역별 차등 적용 주장은 심의대상이 아니다”면서 “업종별 차등적용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 향후 심의과정에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처음 도입한 1988년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최저임금은 ‘10인 이상 제조업’에만 적용했는데 섬유·잡화·식품을 만드는 경공업 쪽은 462.5원, 금속·기계·화학·석유 등을 만드는 중화학공업 쪽은 487.5원이었다.

이 같은 업종별 차등 적용은 도입 1년 만에 사라졌고, 현행 체재가 유지 중이다. 지난 과정에서도 왕왕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이 최저임금위 안건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통과된 적은 없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국가는…이웃나라 일본 대표적 지역별·특정산업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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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인구 등 규모가 큰 국가에서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사례는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이웃나라 일본은 대표적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 국가다.

6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일본이 최저시급 정책을 도입한 것은 2002년이다. 노동연구원이 펴낸 국제노동브리프(2016년 1월호)를 보면, 일본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 최저임금’으로 운영 중이다.

일본은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제안한 지역별 최저임금 개정 기준치를 참고해 지방최저임금심의회에서 해당 지역 내 임금 실정 등에 맞춰 심의를 진행하고 결정한다. 이때 지역을 A·B·C·D 4등급으로 나누는데 A지역에는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를, D등급에는 후쿠시마·오키나와 등 소도시 순으로 구분하고 있다.

특정 최저임금은 특정산업의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상으로, 특정산업에 대해 설정된 최저임금이다. 각 지역의 특정 산업별로 설정되는데 해당 산업의 연령·업종·업무 등의 조건을 반영해서 근로자의 일부를 제외한 기간적 근로자에게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기간적 근로자는 해당산업의 특별 또는 중요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특정 최저임금은 지역별 최저임금과는 달리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노사 당사자의 신청으로 관련 기관의 결정에 따라 최저임금심의회의 자문을 구해 최종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특정 최저임금은 민사적 효력만을 갖는다.

미국은 주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2020년 기준 캘리포니아의 최저임금은 14달러, 메릴랜드가 11.75달러, 버지니아주는 9.5달러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시간당 15달러를 지급하는 뉴욕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연령별로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8세 미만은 시간당 4.62파운드(2020년 기준), 만 18~20세는 6.56파운드, 만 21~22세는 8.36파운드다. 만 23세 이상부터는 국가 생활 임금인 8.91파운드 적용을 받는다.

◇‘차등 적용’ 찬반 팽팽…“고용 활성화”vs“제도 취지 훼손…최저임금 폐지 꼼수”

민주노총이 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2022년 최저임금 인상투쟁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이날 이번 심의의 쟁점으로 떠오른 ‘차등적용’과 관련해 법 조항 삭제 등 최저임금 제도개선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2022.4.5/뉴스1 © News1
민주노총이 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2022년 최저임금 인상투쟁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이날 이번 심의의 쟁점으로 떠오른 ‘차등적용’과 관련해 법 조항 삭제 등 최저임금 제도개선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2022.4.5/뉴스1 © News1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경영계와 노동계의 찬반 입장은 팽팽하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지역·업종별 차이 반영을 통해 고용이 활성화할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차등 적용 시 제도 본 취지가 사라지고, 이는 최저임금 폐지를 위한 꼼수라고 봐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찬반 논란은 결국 현행 동일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경영계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경영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격히 올랐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노동계는 물가상승과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와 노동자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세계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최저임금 적용 방식, 물가 등 나라별 사정에 따라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중에서도 중간 이상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피디아에서 OECD 자료를 바탕으로 매긴 ‘2020년 세계 최저임금 국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8.9달러(시급 기준)로, 25개 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1위는 호주로 12.9달러, 2위는 룩셈부르크 12.6달러 순이었다.

각 나라 최저임금 수준보다 눈여겨볼 점은 인상률인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연 평균 7~8% 정도로 꾸준히 인상 중이다.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가는 해에는 16.4%의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고, 가장 낮은 인상률은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는 해로 2.87% 인상에 그쳤다.

전경련이 ILO(국제노동기구), Trading Economics 등의 글로벌 노동통계를 기초로 2011년 이후 아시아 18개국의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봐도 2016~2020년 중 한국의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9.2%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대 초반 두 자릿수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률을 기록한 중국, 베트남보다 3~6%p 높고, 아시아 역내 제조 경쟁국인 일본, 대만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한편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는 전날 사무실 출근길에 최저임금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루즈(Lose)-루즈게임이 된다”는 발언으로 노동계의 비판을 샀다.

논란이 불거지자 6일 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은 고용주와 피고용주 위원이 아닌 양자 모두에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으로 안다”면서 “경제 전문가인 총리 지명자의 견해가 최저임금에 대한 인수위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할 사안”이라며 “다만 인수위는 5년 동안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컸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지역·업종별 차등 지급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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