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생으로 올해 80세인 이웅조 씨(사진)는 지난달 신안산대 산업경영학과에 입학한 ‘새내기’다. 어린시절 6·25전쟁으로 학업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 한을 ‘22학번 신입생’으로 풀게 된 이 씨는 “숨이 떨어지는 날까지 공부하고 싶다”고 7일 말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이 씨는 최근 평생교육기관에서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과정을 마치고 올해 2월 고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그는 평생의 꿈이었던 대학에 도전하기 위해 고교 졸업장에 만족하지 않고 대학 입학을 결정했다.
이 씨는 젊은 시절 농사, 건설일, 시청 임시직 등을 거치며 6남매를 키워 냈다. 낮에는 논에서 보리 농사를 짓고 저녁에는 공사장에서 일하며 밤낮없이 일을 하다 자식들이 성장한 뒤에야 ‘공부의 맛’을 알게 됐다. 이 씨가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자 자녀들은 고령인 이 씨의 건강을 염려해 학업을 만류하기도 했다. 그는 “큰형님, 작은형님, 사촌 형제들 모두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까지만 나왔다”며 “육촌 동생이 ‘남다른 공부를 해서 우리 가족의 대들보가 돼 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말했다.
사회복지과와 세무회계과를 고민하다 경영학과를 선택했다는 이 씨는 “딸이 사회복지학과와 유아교육학과을 전공한 뒤 어린이집 원장까지 했다”며 “나는 경영을 배워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졸업 후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를 할 수 있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대학에 입학한 뒤 그에게 생긴 가장 큰 고민은 컴퓨터다. 고등학교 과정을 다닐 때에도 컴퓨터를 배웠지만 자판과 마우스 조작에 익숙치 않아 애를 먹었다. 대학에서도 컴퓨터를 활용해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해야 할 일이 많아 고민이다. 그러나 손자뻘 동기들은 그의 든든한 지원자다. 이 씨는 “동기들이 ‘모르는 게 있으면 알려 드릴게요’라면서 먼저 다가와 줬다”며 대학 동기들의 도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학업이 쉽지 않지만 이 씨는 ‘공부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모르는 것은 다시 알아보면 되고, 혼자 쓰고 읽으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다. 식사를 하면 밥이 소화되고 공부를 하면 지식이 소화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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