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누적 약 5억명, 우리나라는 약 1500만명, 즉 국민 세 명 가운데 약 한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그런데 현대 들어서 인류가 겪는 최악의 감염병인 코로나19는 유행이 끝난 후로도 악명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후유증인 ‘롱코비드’가 이미 시작되어 전세계에서 수많은 이들이 앓고 있고 우리나라도 약 100만명이 이를 겪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영국 150만명, 미국 770만명이 롱코비드…우리는 100만?
박희열 명지병원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교수는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코로나 후유증을 앓는 사람 비율과 관련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 확진자의 10% 정도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며 “지금 1400만 명 정도 확진되었기에 앞으로 100만 명 정도는 코로나 후유증을 앓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롱코비드는 확진 후 원인 미상의 증세가 3개월 이상 가는 것을 말한다”면서 “3개월이면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다 소실해서 없다. 즉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영향은 없지만 그런 변화로 인해서 2차적으로 생기는 증상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최근 영국 통계청은 영국에서 롱코비드를 겪는 이들이 약 15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1년 이상 롱코비드가 지속되는 이들도 68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비영리 연구 단체인 ‘솔브 롱 코로나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 가운데 약 7%가, 전체 인구 가운데는 2.3%(약 770만명)가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경험 중이다. 확진됐다가 회복된 이들로 치면 3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롱코비드는 증세가 다양한 것은 물론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도 가리지 않는다. 해외 의료진의 연구 결과 롱코비드의 증세는 200여 가지에 이른다. 코로나19 자체가 호흡기뿐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끼치고 세계적으로 워낙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 이들의 건강 상태만큼이나 다양한 증세를 나타낸 것이다.
대체로 호흡곤란, 피로, 기침, 두통, 발열, 발진, 어지러움, 후각·미각 상실, 브레인 포그(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멍한 현상), 불면증 등이 롱코비드 증세로 꼽힌다.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과학자들은 롱코비드를 앓을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35~49세, 여성, 생활이 불편한 정도의 기저질환 보유자, 보건·사회복지·교육 계열 종사자, 빈곤 지역 거주자 등을 꼽았다. 또 일부 과학자들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를 꼽기도 한다.
◇ 미 보건부 2000만달러 연구 착수…우리는 1000명 대상 연구 중
코로나는 발생 후 2년이 지난 감염병이지만 후유증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는 않다. 유행이 매우 거셌고 변이로 인해 수차의 재유행이 나타나 감염을 막는 것만도 벅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국은 이제 롱코비드 연구에 속속 착수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미 백악관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120일 이내에 롱코비드 연구 계획을 구체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2000만 달러(약 243억원)를 투자해 롱코비드를 앓는 환자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조사하고 미국 전역에 전문 클리닉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롱코비드 전문 클리닉에서 표준화된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헬스+’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후유증 연구는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경기 고양 명지병원, 부산 온종합병원 등이 지난달 ‘후유증 클리닉’을 열었다. 여러 진료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통해 특정하기 힘든 후유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저질환자나 중증환자,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검사만 해온 국립보건연구원은 60세 미만의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 1000명 대상으로 후유증을 조사 중이며, 하반기에 중간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뉴스1에 “1000명에 대한 분석은 규모가 너무 작아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할 듯하다”면서 “방역당국이 빅데이터 분석을 해서 통계자료부터 확실히 확보해나가야 할 것같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롱코비드의 증세가 너무 많고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아 병원에 간다 해도 명확한 치료 가이드가 있는 건 아니다. 대증치료일 것 같고, 정신신경과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입원한 환자의 경우는 90% 가까이, 일부 연구는 (입원환자) 50% 정도가 후유증을 갖게 된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평생 가는 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서 이겨낸다. 그래도 여전히 감기보다는 후유증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클리닉을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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