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용기에 부당한 표시를 했다며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다시 따져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심은 제척기간 경과를 이유로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정위 착수 시점 전후에도 일부 제품이 유통된 만큼 제척기간을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로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용기에 유해성분을 은폐·누락·축소 표기했다며 부과한 시정명령 등을 취소해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 역시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가 동일 사안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에 대한 처분 취소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공정위는 2018년 3월 가습기살균제 용기에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독성물질인 CMIT/MIT에 관한 정보를 누락하거나 유해 문구를 기재하지 않았고 천연 솔입향 등 기만적 표시·광고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부과했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이같은 공정위 징계가 처분시한이 지나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2011년 10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됐으므로 2012년 3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아닌 구공정거래법 제49조에 따라 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한 경우 처분할 수 없다며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즉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2011년 8월31일 가습기살균제 판매를 종료한 데 이어 2011년 9월 기존 제품 수거에 적극 나선 만큼 개정 공정거래법 제재 대상이 아니란 주장이다. 따라서 2018년 3월19일 이뤄진 공정위 제재는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의 제척기간을 넘겨 위법하다는 항변이다.
서울고법은 “이 사건 표시·광고행위는 모두 처분시한이 경과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고 설령 이 사건 제2 표시행위의 처분시한이 경과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더라도 이 사건 제2 표시행위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행위라고 볼 수 없어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제척기간 산정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봤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2011년 8월31일 가습기살균제 생산·유통을 중단했지만 이후에도 제품이 제3자에 의해 위법한 라벨을 달고 유통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1년 12월30일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판매가 법적으로 전면 금지됐지만 라벨 표시행위 시정에 필요한 조치는 완료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2012년 3월21일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 전후에 걸쳐 표시광고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표시행위가 이뤄진 경우 ‘위반행위 종료일’은 직접 생산·유통이 중단된 시점이 아닌, 해당 상품을 수거하는 등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가 완료된 ‘위반행위 종료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척기간 만료를 이유로 심리하지 않은 원심은 잘못이며, 제재의 적합성 여부도 다시 살펴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제품의 부당한 표시행위로 말미암아 초래될 수 있는 공정한 거래질서 및 소비자 보호에 대한 침해의 내용과 정도, 성질 등에 더하여 이 사건 제품의 유통량과 유통방법, 이 사건 제품에 대하여 이루어진 수거 등 조치의 내용과 정도, 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인식정도와 소비자에 의한 피해회피의 기대가능성 등을 객관적·합리적·종합적으로 고려해 제 1,2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언제 완료됐는지를 세밀히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일 이후에 완료되었다면 개정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의 제척기간 규정이 준용되고, 그러한 조치가 2013년 3월19일 이후에 완료되었다면 그로부터 5년이 지나기 전인 2018년 3월19일에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은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은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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