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과 관련해 8일 열린 전국고검장회의를 비판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는 1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고검장 회의 결과 중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음’이 눈에 띈다”며 “모이신 분들이 과거 숭고한 가치인 검찰개혁 간판을 걸고 무슨 일을 벌여 오셨는지, 그로 인해 검찰이 어떤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지를 지켜봤기 때문에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적었다.
이 부장검사는 “현재 추진되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를 그냥 증발시키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해 법원으로 넘기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며 “그런데 그걸 보고 검찰개혁, 수사의 공정성, 중립성, 신속한 방안 마련을 운운하시다니 낯선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참석한 분들은 지난 수년간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며 현재의 개판인 상황을 초래하신 장본인들이자 최근 검찰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논란을 야기한 대부분 사건에 관여하신 분들”이라며 “본인들의 과거는 까맣게 잊은 채, 앞으로 가열차게 검찰개혁을 추진해나가자고 선언하시는 의기양양함을 보니, 기억 상실을 다룬 영화 ‘메멘토’의 한 장면으로 들어간 착각이 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장검사는 11일 ‘검수완박’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리는 전국검사장회의도 비판했다. 그는 “다른 분들도 아니고 수도권 검사장 위주로 모이신다고 하니 고검장 회의에 이어 ‘메멘토2’가 될 수 있겠다 싶다”며 “최근 중립성 논란과 무능력 논란으로 부끄러움을 검찰 구성원들 몫으로 만든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이 모두 모이는 어벤저스급 빅매치 성사”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 지휘부를 두고 ‘철면피 스미스씨’라고 비판했다. 일제시대 일부 조선인이 나카무라로 창씨개명했다가 미국 군정 시대에 스미스로 이름을 바꾸며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을 현재 검찰 지휘부의 행태와 비교해 비꼰 것이다.
이 부장검사는 “나카무라 스미스는 미 군정의 가이드 역할을 하며 일제의 무기와 재산으로 그 나라를 지배하며 대를 이어 떵떵거리고 산다는 대안 역사 판타지가 떠오르는 건 저만의 착각인지 모르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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