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날(7일) 통화하면서 조만간 밥 한번 먹자고 했는데….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인데 하루 만에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8일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차주일 경사(42)와 군무원으로 5년간 함께 근무했다는 호남119특수구조대 소속 이봉환 전문경력관(48)은 “제대하고 2005년 창신대 헬기정비과에 뒤늦게 입학해 공부한 뒤 군무원을 거쳐 해경이 될 만큼 직무에 애정이 컸다. 착하고 성실한 동생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서로 바빠 2년 동안 못 봤는데 밥 한 끼 못 먹이고 보내는 게 너무 아쉽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8일 사고로 순직한 부기장 정두환 경감(51), 정비사 차 경사, 전탐사(헬기 레이더로 선박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는 대원) 황현준 경사(28) 등 해양경찰청 항공대원 3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부산시민장례식장에는 10일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평소 고인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영정 앞에서 오열하며 애끊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 “책임감 강하던 동료 잃어”
정 경감 등 3명은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370km 해역에서 이동하는 경비함에 대원들을 내려주고 이륙한 뒤 바다로 추락했다. 해경은 실종됐던 차 경사의 시신을 사고 이틀째인 9일 오전 11시 18분경 해저 57m에 가라앉은 헬기 동체 안에서 수습했다.
차 경사는 과묵하지만 평소 어려운 일도 내색하지 않고 해냈으며, 해경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컸다고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입을 모았다. 입직 동기인 제주소방안전본부 구조구급과 황성호 소방장(39)은 “고인은 한마디로 인품이 좋은 형이었다”고 했다.
정 경감의 동료인 남해해경 부산항공대 정상태 경감은 “고인은 책임감이 강하고 동료와의 신뢰를 가장 중시했다”며 “동료와의 소통과 조직 화합을 위해 따로 심리치료 자격증까지 땄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고 황 경사는 팀에서 막내임에도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 갔다고 동료들은 입을 모았다.
해경은 10일 순직자 3명을 각각 1계급 특진시키고 훈장 추서를 신청했다. 고인들의 영결식은 12일 오전 10시 부산 강서체육공원에서 열린다. 사고 직후 인근 해역에서 구조된 기장 최모 경감(47)은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실종 선원 3명 못 찾아
추락 헬기는 대만 해역에서 실종된 예인선 ‘교토1호’를 찾기 위해 출동한 경비함에 대원을 내려주고 이륙하다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교토1호의 행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한국인 선원 6명이 탑승한 예인선 교토1호는 7일 조난됐는데 지금까지 기관장, 조기장, 2항사 등 3명의 시신만 발견됐다. 선장과 1항사, 2기사 등 3명은 실종 상태인데 그 가족들은 부산 중구에 마련된 대책회의실에 모여 구조를 애타게 기원하고 있다.
해경은 수중탐색장비를 갖춘 잠수지원정 1척을 급파해 현지 수색 중인 3000t급 경비함과 함께 수색을 이어갈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교토 1호가 실종된 해역의 수심은 약 50m로 비교적 깊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실종 선박과 선원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추락 헬기의 인양 작업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해군 광양함이 크레인으로 헬기 동체를 끌어올리던 중 줄이 끊어지면서 작업이 일시 중단됐지만 10일 오전 재개됐다. 헬기 동체가 인양되면 해군 광양함 갑판에 올려진 뒤 부산에 있는 해양경찰정비창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해경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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