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념·정치성향 혹은 정치적 입장간 차이가 진영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최근 몇 년 동안은 일터·젠더간 갈등이 특히 심화되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자산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으며 세대별로는 혐오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인다.
체감상으로도 강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 내 갈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뉴스1이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Tapacross)에 의뢰해 언론 기사와 소셜미디어(SNS)에서 2018년이후 갈등관련 언급량 데이터를 추출,분석하고 이를 지수화해본 결과 올 1분기 한국사회 종합갈등 지수는 누적기준 178.4로 2018년에 비해 거의 두배로 높아졌다(2018년=100).
뉴스1과 타파크로스는 우리사회 갈등을 진영·젠더·세대·불평등·일터 등 5개 유형으로 나누고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총 4억4323만5993개의 언급량(버즈양)을 수집, 분석했다. 직전 4개분기 평균치를 기준으로 해당분기 전체 언급량 증감과 긍정언급량 대비 부정언급량 초과유입치 증감을 토대로 각 유형별 분기별 증감지수를 산출한 다음, 이를 시기별로 합산해 누적지수를 작성했다.
종합갈등지수는 다시 이들 5개 유형별 갈등지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출했다. 각 갈등에 대한 사람의 참여도와 상관없이 각 갈등이 사회에서 갖는 무게나 중요성은 같다고 가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분기 전체 언급량이 늘수록, 부정언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유입될 수록 갈등전선이 확산되고 갈등정도도 깊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아래 개요 및 산식표 참조)
◇퍼지고 깊어지는 갈등…진영 갈등이 선도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로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기인 2018년 대비 한국사회 종합갈등지수를 거의 두배 가까이 높이는데 두드러진 역할을 한 것은 진영갈등과 일터갈등이었다.
5개의 유형유형 중 진영 갈등은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이자 식사모임에서 단골로 언급이 나올 정도로 가장 참여도가 높은 갈등이다. 전체 갈등 언급량 중 진영갈등 관련 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이르렀다. 갈등 이슈관련 언급량 10건 중 6건 이상은 진영관련 의견이었다는 뜻이다.
2018년 이후 한국 사회 내 갈등이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한 계기도 진영 갈등이었다. 2019년 상반기까지는 5개 유형 모두 감소하는 양상이었으나 2019년 3분기 진영의 갈등 증감지수는 16.1로 크게 뛰었다. 이 시기 진영 갈등지수가 크게 늘어난 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인해서 양쪽 지지자들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과 조 전 장관 자택 앞 등에서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진보와 보수간 진영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며 갈등의 불을 지핀 계기가 됐다. 이 시기 이후 공수처 설치와 검찰 개혁 담론 관련 언급량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누적 수치로 살펴보면 2019년 2분기 93.9로 100이하였던 진영 갈등 누적지수는 2019년 3분기 110.0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이후 진영 갈등은 3개분기간 다소 누그러졌으나 2020년 4.15총선때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뒤 플러스로 반전됐다.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석을 180석에 가까운 상태를 장악한 뒤 각종 현안과 법 개정에 밀어부치기로 일관하면서 ‘입법독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진영 갈등은 대선 시기와 맞물리면서 다시한번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 등에서 보여지듯 정치진영과 지지여론이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이재명과 윤석열 두군데로 양분되어 비타협적인 대중 갈등이 고조되었다.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이 불거지고 대선 정국이 본격화된 2021년 3분기 진영갈등은 13.9로 조국 사태 다음으로 많은 강도가 누적됐다. 이어 2021년 4분기는 9.4, 올 1분기에는 3.3이 연속적으로 갈등이 추가돼 누적기준으로 주춤하던 종합갈등지수가 증가 추세로 바뀌었다.
◇누적의 악순환 한국사회갈등…변곡점은 2020년 3분기
2018년 이후 한국 사회 종합갈등지수가 점프한 시점은 2020년 3분기다. 5개갈등이 공교롭게 다같이 증폭되며 한국사회가 사실상 통제불능의 갈등공화국으로 빨려들어가는 변곡점이다.
앞서 2년간 진영 갈등이 골을 깊게 만들었다면, 이 기간 갈등 수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건 일터 갈등이었다. 2020년 3분기 논쟁을 격화시킨 이슈는 단연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이었다.
2020년 2분기 말부터 해당 이슈가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3분기에 논란이 가열됐다. 이 기간에만 일터갈등이 무려 71.4나 추가됐다. 분석 기간 내 모든 갈등 유형에서 나타난 증감지수중 가장 높다. 그만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청년층이 예민한 공정이슈를 건드리며 대단히 이례적인 충격과 공감대 등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일터 갈등이 갈등지수를 비약적으로 견인하면서 전체 갈등이 무려 102.4가 추가됐고, 누적지수도 184.5에 이르렀다. 이는 2020년 3분기에 이미 2018년보다 두 배 가까이 이르는 갈등이 유발됐다는 의미로 지난 4년 동안의 갈등도가 가장 높았던 시기로 기록됐다.
해당 기간 코로나19 확산의 와중에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 보건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된 시기다. 해당 언급량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높아졌고 언론도 연일 이 이슈를 다루면서 갈등 강도를 높였다.
인국공 사태의 충격속에 전공의 무기한 집단 파업까지 겹치며 공정이슈에 대한 감정을 더욱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버즈에서 주로 노출된 키워드도 ‘의사는 공공재’, ‘국시거부’,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업무개시명령’ 등이었다. 해당 이슈는 이후 전공의들의 국시 재허용(구제) 까지 번지면서 공정성 갈등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기 소득·자산격차를 대변하는 불평등갈등 또한 13.0 추가됐다. 분석 대상 분기중 불평등 갈등이 가장 많이 추가된 시기다. 7.10대책, 8.4대책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고 7.30주택임대차 보호법(임대차3법) 개정안 통과로 인한 논란도 많았던 시기다.
2020년 3분기에 젠더 갈등 또한 분석대상 기간중 가장 높은 14.0이 추가됐다. 2018년 혜화역 시위부터 쌓여온 갈등지수가 이 시기 정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시기 젠더 갈등에서 부각된 이슈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의혹 사건과 여성가족부 폐지 담론 증가, 웹툰 복학왕 검열 논란,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이었다. 웹툰에서 시작된 여혐과 남혐 논란, 페미니즘 관련 담론이 크게 늘며 지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젠더 갈등은 전체 갈등관련 언급량에서 14.7%를 차지해 진영 갈등 다음으로 대중적인 갈등이기도 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문제가 2018년 하반기부터 크게 이슈화되면서 정부 정책이 흔들렸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검찰 개혁 이슈가 크게 확대되면서 보수나 야당의 목소리가 강해졌다”며 “대선을 앞둔 2021년 후반기가 되면서는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갈등 양상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축적되는 한국사회 갈등…악순환 끊기 위한 통합의 리더십 절실
갈등지수 산출에서 나타난 한국사회 갈등의 특징은 한번 커진 뒤 그것이 줄지않고 계속 누적되는 악순환을 갖는다는데 있다. 하나의 갈등이슈가 물러간다 해도 갈등주체들이 화해모드로 가는 것이 아니고 서로에 대한 감정, 원한을 쌓아두고 있다가 어떤 사건으로 불씨가 당겨지면 또 폭발하고 다시 서로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갖는 과정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 갈등이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증폭된 2019년 3분기 누적지수가 184.5에서 2021년 2분기 159.5로 잠시 내려갔지만 2021년 하반기 진영갈등이 격화되고 다른 갈등이 다시 누적되며 올 1분기 종합갈등지수는 누적기준으로 다시 2020년3분기 수준인 178.4까지 진격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국민을 통합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담을 수 있도록 선거법을 바꿀 수 있고 갈등을 해소하고 해결하는 문화는 우선 정치인이 노력해야 한다”며 “상대방과 대화, 타협하는 문화를 만들도 언론도 싸움과 같은 자극적인 보도만 하지 말고 올바른 견제와 감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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