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 살인 피해자, 피살 전 경찰에 두차례 “도와달라”…부실대응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1일 19시 59분


범행 10분 전 A씨와 50대 부부가 대화하고 있는 장면.부산경찰청 제공
범행 10분 전 A씨와 50대 부부가 대화하고 있는 장면.부산경찰청 제공
지난달 부산에서 30대 남성이 대낮에 50대 부부를 살해했는데, 사건 발생 직전 피해자가 112에 두 차례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이 두 번이나 출동하고도 부실하게 대응해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11일 30대 남성 A 씨와 그의 어머니 B 씨가 지난달 2일 오후 4시 40분경 부산 북구 구포동 주택가에서 50대 부부인 C 씨(남편)와 D 씨(부인)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D 씨는 사건 당일 오후 3시 9분과 4시 16분 112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첫 신고 때는 “A 씨가 칼로 남편을 위협한다”고 했고, 두 번째 신고에선 “와서 도와달라”고 말했다.

당시 1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0여 분 간 자초지종을 들은 뒤 A 씨 모자의 몸을 수색했다. 수색에서 별다른 흉기가 발견되지 않자 양측을 분리한 뒤 철수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툼을 이어갔고, D 씨는 약 1시간이 흐른 뒤 다시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재차 상황을 파악했으나 범죄 혐의점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오후 4시 33분 철수했다. 경찰 철수 7분 후 A 씨는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와 휘둘렀고, C 씨 부부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둘 다 사망했다.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자 부산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장 출동 때 A 씨와 C 씨가 담배를 함께 피우면서 서로 어깨를 두드리는 등의 모습을 보여 강력범죄 발생 여지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 부부에게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설득했지만 C 씨가 ‘알아서 해결하겠다. 경찰 개입을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족 측은 경찰이 확실하게 대응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피해자 부부와 A 씨 모자는 10년 넘게 알고 지냈는데, A 씨 모자는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해왔고 피해자 부부는 이를 거절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오전에도 A 씨는 C 씨에게 “니는(너는) 죽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협박했다고 한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두 차례나 신고를 했다는 건 피해자 측이 큰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라며 “경찰이 한쪽이라도 안전하게 귀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철수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A 씨에게 살인, B 씨는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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