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공평동 직장으로 출근하는 40대 박모씨는 13일 오전 8시10분쯤 한참을 멈춰 선 택시에서 내려 도로 한복판을 내달렸다. 양방향 1개 차로씩 차지한 경찰 차벽으로 종로구 일대 도로가 꽉 막힌 탓이다. 박씨는 “차라리 뛰는 게 더 빠르겠다 싶어 20분을 뛰어왔는데 결국 지각을 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대규모 도심집회를 예고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의 ‘출근길 교통대란’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강북구에서 광화문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씨(43·남)는 “안그래도 차가 막혀서 뭔가 싶었는데 근처에 오니 경찰들이 깔렸더라”며 “평소 50분 정도 걸렸는데 오늘은 1시간20분이나 걸렸다”고 고개를 저었다.
체증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예정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이 차벽을 준비하면서 비롯됐다. 경찰은 세종대로와 종로1가, 율곡로 일대 양 방향에 1개 차로씩 수백대의 차량을 동원해 벽을 세웠다.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 건물 주변에는 골목까지 차벽이 세워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5분 기준, 서울 도심의 차량 주행속도는 평균 16.4㎞를 기록했다. 특히 종로3가~2가 사이는 주행속도가 10.3㎞를 기록할 정도로 막혔다.
대규모 집회 때마다 발생하는 불편을 예상하고 피한 시민들도 있었다. 승용차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씨(35·남)는 “중요한 오전회의가 있는데 오늘 시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벽 6시에 집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을지로입구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씨(28·남)는 “평소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일부러 지하철을 타고 왔다”며 “되도록 빠르게 끝이 나서 퇴근길에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버스정류장이 차벽으로 막히면서 시내버스가 도로 위에 승객을 내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직장인 배모씨(41·남)는 “버스가 차벽을 피해 도로 위에 사람들을 내려주는 모습을 봤는데 위험해 보이더라”고 말했다. 주변 직장인 김모씨(32·여)는 “정부청사 뒤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경찰버스가 시야를 가려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도로 상황은 오후 들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집회 상황에 따라 지하철 또는 노선버스·마을버스의 무정차 통과나 우회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광화문 일대를 지나는 일부 노선버스는 이미 우회운행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이 예고한 참가규모는 약 1만명이다. 민주노총 산하별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오후 3시 본집회로 집결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종로 일대에 기동대·중대 100개 규모의 경력 4000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응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이 당초 집결을 예고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통의동 인근에는 골목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