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3곳 초중등교육법 위반”… 부산학부모연대 등 경찰에 고발장
고액 수업료 받으며 학교처럼 운영… 국내 학력 인정 못받아 피해 확산
부산지역 학부모들이 정식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처럼 운영되는 불법 교육시설을 근절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부산학부모연대와 부산다행복학교학부모네트워크,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부산지부 회원들은 13일 오전 부산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교육을 위협하고 훼손하는 각종 불법 국제학교를 규탄한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청이 관리감독 강화를 넘어 불법시설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려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회견 직후 ‘남구, 해운대구, 강서구에 있는 국제학교 3곳을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공교육의 범주를 벗어나 학기당 1000만 원이 넘는 수업료를 받으며 학교처럼 운영하는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분교)를 설립·운영하려면 관할청(시도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 없이 운영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서울 강남구의 한 미인가 국제학교는 2018년부터 학생 100여 명을 모집해 운영하다 적발돼 대법원에서 벌금형(300만 원)을 확정받았다. 관할 교육청은 ‘시설 폐쇄’ 명령을 직접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미인가 국제학교’는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교복과 교실, 셔틀버스 등을 갖추고 학교처럼 매일 일정한 수업시간을 두고 운영되지만,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 당국의 관리·감독에선 벗어나 있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해당 시설에서 교육을 받아도 국내 학력을 인정받지 못해 부적응 시 일반 학교로의 전학에 큰 제약이 따른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가 없이 ‘학교’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교 형태로 운영하면 명백한 불법”이라며 “학부모 민원에 따라 지난해 8월 문을 연 해운대구 한 국제학교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한 뒤 올 1월 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A 씨는 “시교육청은 고발만 할 게 아니라 부여된 권한에 따라 시설 폐쇄를 명령해야 한다. 더 이상 직무를 유기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미인가 국제학교는 영어권 국가의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수년 전 서울에서 문을 연 뒤 점차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유학에 제동이 걸리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외국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는 3가지 유형뿐이다. 우선 초중등교육법상 시도교육감 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로 내국인 학생은 3년 이상 해외 체류 등 자격 요건을 갖춰야 다닐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교육기관’으로 송도국제학교나 부산 명지국제신도시에 설립될 영국 ‘로얄러셀스쿨’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세 번째로는 제주도에서 특별법을 근거로 세운 KIS 제주캠퍼스와 같은 ‘국제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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