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노래기로 유명한 다지류 동물, 한 체절당 많게는 2쌍의 다리 존재
노래기의 경우 평균 40∼400개… 최근 호주서 다리 1306개인 종 발견
작년에는 가장 큰 노래기 화석 발견, 생전 길이가 2.6m였을 것으로 추측
다지류가 고생대에 번성했음을 증명
지네나 노래기를 곤충이라고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다지류는 사실 4억 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동물이에요. 지금부터 다지류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곤충과 다른 ‘다리 부자’ 다지류
낙엽 쌓인 숲속을 뒤지면 수많은 다리가 달린 벌레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어둡고 습한 지하실이나 창고 구석에서도 만날 수 있죠. 이들은 지네나 노래기, 그리마일 가능성이 커요. 많은 다리를 지닌 이들은 절지동물문 중 ‘다지류(다지아문)’에 속합니다. ‘다족류’라고도 부르는 다지류는 말 그대로 많은 다리가 특징이지요. 머리와 함께 ‘체절’이라 부르는 마디 여럿이 이어져 몸통을 이루는데, 체절마다 다리가 한 쌍이나 두 쌍씩 붙어 있지요. 다지류는 크게 지네강, 노래기강, 좀지네강, 애지네강 네 종류로 구분됩니다. 이 중 대표적인 동물은 지네와 노래기예요.
노래기는 영어로 ‘밀리피드(millipede)’라 불러요. ‘다리가 1000개 달린 동물’이란 뜻이죠. 보통 노래기는 40∼400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어요. 그간 가장 많은 다리를 가진 노래기도 750개로 기록돼, 1000개에 한참 못 미쳤죠. 그런데 최근 1000개 넘는 다리를 가진 노래기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12월 16일 발표된 신종 노래기 ‘에우밀리페스 페르세포네’입니다. 길이 10cm에 굵기가 약 1mm인 매우 작은 노래기예요. 에우밀리페스 노래기는 무려 1306개의 다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에우밀리페스 노래기는 호주 남서부 사막 지대 지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지하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알아보기 위해 폭 15cm에 100m 깊이까지 내려가는 시추공을 뚫었어요. 그 후 지하 15∼60m 깊이에 낙엽을 담은 덫을 설치했는데, 이 덫에 신종 노래기 8마리가 잡힌 거예요. 호주 연구팀은 표본을 노래기 연구자인 폴 마레크 교수에게 보냈지요. 연구팀은 지하 깊은 곳에 사는 에우밀리페스가 땅을 잘 파내기 위해 수많은 다리를 갖도록 진화했을 것으로 추측했어요.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은 아니지만, 이전에 발견된 가장 다리 많은 노래기인 ‘일라크메 플레니페스’도 지하 생활에 적응하며 다리가 많아졌다고 추측되거든요.
그렇다면 다리 1306개는 어떻게 셌을까요? 마레크 교수는 우선 노래기를 고해상도로 촬영한 후 10개의 체절마다 다른 색을 칠했습니다. 사용한 색의 개수를 세어 노래기의 체절이 330개임을 알아냈지요. 노래기는 한 체절에 다리가 4개씩 나요. 다만 맨 앞과 맨 뒤 체절에는 다리가 없고, 2∼4번째 체절에는 다리가 2개만 납니다. 즉, 330×4-14를 계산해 1306개라는 결과를 구한 것입니다.
에우밀리페스 노래기는 지하 생활에 적응해서 몸은 창백한 크림색이고, 눈은 퇴화했지요. 뭘 먹고 사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균류를 섭취하는 노래기 종류 중 하나입니다. 또 암컷이 훨씬 큰데, 암컷이 크면 오래 살면서 더 많은 알을 낳을 수 있어요. 절지동물 중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작고 일찍 죽는 경우가 흔하지요.
○육지를 휩쓴 다지류의 조상들
다지류 다리 숫자에 입이 떡 벌어졌겠지만 놀라긴 아직 이릅니다. 다지류의 선조들은 사실 육상에 제일 먼저 진출한 동물이거든요. 또 선조 중에는 지금의 인간보다 훨씬 큰 동물도 있었습니다.
5억4100만 년 전부터 2억5200만 년 전까지 이어진 고생대는 다지류의 전성기였습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다지류가 번성한 것도 이 시기였죠. 다지류는 바다에서 육상으로 최초로 진출한 동물입니다. 고생대 초기의 육지는 수분이 부족하고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을 막아줄 오존층도 부족했어요. 하지만 다지류는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어 육지의 가혹한 환경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이끼와 함께 물가에 첫 육상 생태계를 만든 다지류는 이후 급격하게 진화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거대한 노래기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구과학과 닐 데이비스 박사팀은 영국 북동부 노섬벌랜드 지역에서 3억2600만 년 전 고생대 석탄기에 살았던 노래기 ‘아르트로플레우라’의 껍데기 일부분을 찾았습니다. 약 70cm 크기의 화석을 토대로 계산하니, 길이 약 2.6m에 무게만 50kg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나왔죠.
노래기가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현재 대기의 산소 비율이 21%인 데 비해, 석탄기 대기의 산소 비율이 35%에 달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폐로 산소를 들이마시면, 심장이 온몸에 산소가 녹아 있는 피를 보냅니다. 한편 다지류와 곤충은 온몸에 뚫린 가느다란 관인 ‘기관’을 통해 세포에 산소를 공급해요. 따라서 산소 농도가 현재보다 훨씬 높았던 석탄기에는 몸속 깊은 곳에도 산소가 쉽게 도달할 수 있어 노래기가 크게 자랄 수 있었죠. 아르트로플레우라의 경쟁자가 될 다른 육상동물도 없어,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절지동물로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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