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건 엘림 마리나&리조트 회장(64)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소망한 일들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침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선율이 리조트 1층 아날로그홀을 가득 채웠다. 이 회장은 1930년대 미국 한 극장에서 쓰였던 대형 스피커와 진공관 확성기를 만지면서 “최고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뇌에 빠졌던 베토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지 않냐”고 했다.
이곳에는 음향 장비뿐만 아니라 영사기, 녹음기 등 수백 년 된 복고풍 전시품을 일반인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180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르골 태엽을 몇 바퀴 돌려 감자 멘델스존이 1843년 작곡한 ‘결혼행진곡’의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하나둘씩 수집한 것”이라며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평소 접하기 힘든 옛 감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기 김포에서 정밀 계측기기를 국산화해 54개국에 수출하는 연매출 3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경영했다. 2013년 영국 회사의 제의로 이 회사를 매각했다.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았던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뒤돌아보니까 벌써 오십이 넘은 나이였다. 여생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때부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이크였다. 이 회장은 “바이크 소리와 진동이 나를 완전 흥분시켰다”며 “처음 탔을 때 막 웃음이 나더니 이게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쇳덩이로 된 엔진이지만 사람의 심장처럼 쿵쾅거렸다. 타면 탈수록 교감하고, 옛 추억이 떠오르는 아날로그적인 맛에 매료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에는 5대 정도만 회사에 가져다 놓고 바이어들이나 귀빈들이 오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외국 바이어들이 좋아해 조금씩 샀고, 이제 40대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회장은 리조트에 할리데이비슨과 BMW의 빈티지 오토바이를 감상할 수 있는 ‘바이크 갤러리’를 세웠다. 이곳도 관람과 체험이 모두 무료다.
다음은 요트였다. 이 회장은 방문객들이 고급 요트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80억 원에 달하는 슈퍼요트 ‘아지뭇80’과 27인승 파워요트 2대와 12인승 제트보트 2대를 구입해 리조트에 배치했다. 탁 트인 남해 바다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리조트 레스토랑에서는 연어로제파스타, 바질 알리오올리오, 볼로녜세 등의 이탈리아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이 회장은 “리조트가 있는 남해는 81개 섬과 쪽빛 바다가 있는 곳”이라며 “국내 최고의 풍광을 즐기며 이색적인 문화 레저 체험도 동시에 할 수 있는 ‘맛’과 ‘멋’이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7월 문을 연 리조트 이름 ‘엘림’은 성경에 나오는 지명이다. 샘물 12개와 종려나무 70그루가 있는 아름다운 오아시스다. 이 회장은 리조트가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힐링 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고 평생 남을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 주고 싶다. 앞으로 ‘추억 전도사’라고 불러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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