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억 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수배된 이은해 씨(31)와 공범 조현수 씨(30)가 도주 4개월 만에 경기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공개수배가 내려진 뒤에도 대담하게 지인들과 1박 2일 수도권 여행을 갔다가 수사당국에 꼬리가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지검·인천경찰청 합동검거팀은 16일 낮 12시 25분경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이 씨와 조 씨를 체포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도주한 지 123일 만이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는 16일 아버지에게 ‘자수할 테니 경찰관과 동행해 오피스텔 15층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경찰관이 아버지와 함께 오피스텔을 찾아 15층에서 조 씨를 먼저 체포한 뒤 곧바로 22층에 있던 이 씨도 붙잡았다
타인 명의로 오피스텔 계약… 2월부터 은신
여행 동행 지인 “오피스텔에 있다” 경찰, CCTV 추적해 숨은 곳 확인 李씨 아버지의 자수 설득도 도움
이 씨와 조 씨는 지난달 30일 공개수배로 얼굴이 공표된 후에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태연하게 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수배 4일 뒤인 이달 3일 지인의 승용차를 함께 타고 경기지역 외곽으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가 은신처인 오피스텔에 돌아온 것이다. 숙박 예약 및 결제는 이 씨가 갖고 있던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한 검경은 차적 조회 등을 통해 여행을 함께 다녀온 지인을 찾아내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이 씨와 조 씨가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13일 이 일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이들이 숨어 있는 오피스텔을 특정한 뒤 점차 수사망을 좁혀갔다.
이 씨와 조 씨가 이 오피스텔에서 숨어 지내던 것은 올 2월부터라고 한다. 도피 전 상당한 현금을 갖고 있던 조 씨가 제3자 명의로 월세 100만 원에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은 지난해 12월 준공됐는데, 2000채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 데다 아직 입주가 완료되지 않아 숨어 지내기에 용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오피스텔에서 지내며 배달음식을 주로 시켜 먹었고, 가끔 마트나 편의점에서 재료를 사와 직접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도주 전 구입한 ‘대포폰’을 이용했고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거에는 경찰의 요청을 받은 이 씨 아버지의 끈질긴 설득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언제까지 도피할 수 있다고 보느냐’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자수 후 진술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 씨 아버지의 설득에 이 씨는 결국 아버지에게 16일 오전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합동검거팀은 이 씨 아버지와 함께 오피스텔 15층에서 조 씨를 만나 체포한 뒤 곧바로 22층에 있던 이 씨도 붙잡았다. 검거 당시 두 사람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고 “죄송하다”며 순순히 체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아버지는 현장 인근에 있었지만 이 씨와 직접 만나진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잠적 후 체포될 때까지 행적과 도피 과정을 도운 조력자가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조 씨와 이 씨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檢, 살인-사기미수 등 4개 혐의 적용… 이은해-조현수, 진술 회피
‘계곡 살인’ 용의자 고양서 검거 수영 못하는 남편에 다이빙 유도, 구조 요청 묵살해 살해한 혐의 檢, 구조의무 밝혀내는 게 관건… 복어 피 섞은 음식 먹게 하거나 낚시터 빠뜨려 살해하려다 실패… 李, 前남친 익사에 관여 의혹도
검찰 수사를 받다 도주한 지 4개월 만에 체포된 이은해 씨(31)와 조현수 씨(30)는 2019년 세 번의 시도 끝에 이 씨의 남편 윤모 씨(사망 당시 39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17일 인천지검은 전날 신병을 확보한 이 씨와 조 씨를 상대로 이틀째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들이 조사에서 진술을 회피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 살인·살인미수 등 4개 혐의 적용
검찰이 이 씨와 조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살인 △살인미수 2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각각 4건씩이다.
검찰이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 씨를 살해한 혐의다. 윤 씨는 당일 이 씨 등 6명과 함께 계곡을 찾았다가 오후 8시 24분경 조 씨 등에 이어 4m 높이 절벽에서 물속으로 다이빙을 한 뒤 숨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씨와 조 씨가 수영을 못하는 윤 씨에게 구명조끼 등 아무런 장비 없이 다이빙을 하도록 하고, 윤 씨의 구조 요청을 묵살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11월 보험사에 윤 씨 앞으로 든 약 8억 원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기를 의심한 회사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구조 의무가 있는 이 씨와 조 씨가 구조를 제때 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행동해 윤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 하지만 두 사람은 윤 씨를 밀지 않았고 스스로 다이빙을 했다는 점을 들어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려면 이 씨와 조 씨에게 구조 의무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이들은 두 번에 걸쳐 윤 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의 한 펜션에서 윤 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지만 치사량 미달로 실패했고, 같은 해 5월 경기 용인시의 한 낚시터에서 윤 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했지만 지인에게 발각돼 실패했다.
검찰은 이들이 범행 후 ‘복어 피를 이만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교환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장에 함께 있던 지인들의 구체적인 진술도 확보한 만큼 살인미수 혐의 입증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사망한 윤 씨의 누나는 17일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보험금 지급이 계속 미뤄지자 내게 도움을 청했던 그 뻔뻔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동생을 담보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했던 그 짐승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 전 남친 사망 의혹도 수사
이 씨는 2014년 7월 태국 파타야에서 함께 여행을 갔던 전 남자친구 A 씨가 스노클링 중 익사한 것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당시 보험금은 A 씨의 유족이 받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검찰은 이 씨의 범죄 혐의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은 이 씨가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여러 차례 ‘해외여행 중 가방을 도난당했다’는 등의 허위 신고를 해 보험사로부터 수백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와 조 씨가 진술을 회피하고 있어 예상했던 것보다 수사가 더디다”면서도 “18일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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