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결의식’에서 장애인 이동권 및 예산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등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출근길 하차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출근길 시위를 중단한 지 20일 만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오전 8시경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의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제20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맞이,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인수위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희 요구에 대한 답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답을 주지 않으면 21일 오전 7시부터 2호선과 3호선, 5호선에서 27번째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언급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복지제도를 선택하도록 한 미국·영국·독일의 제도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시절 대선공약이었다.
박 대표는 “서구와 한국의 장애인 예산 비교 없이 선진국 예산을 이야기하는 건 장애인을 또다시 기만하는 것”이라면서 “말로만 ‘장애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한다’는 껍데기는 허구다. 장애인 권리에 맞춤형 예산을 먼저 보장하고, 맞춤형 예산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및 예산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4호선 혜화역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뉴스1기자회견을 마친 전장연은 이날 오전 9시경 3호선 동대입구역으로 이동해 약 10분 동안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를 놓고 단차(전동차와 플랫폼의 높낮이 차이) 문제를 지적했다. 동대입구역에서는 지난 16일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다리가 낀 지체장애인이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10여 분 만에 구출된 바 있다.
박 대표는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단차 문제로 많은 장애인들이 휠체어 바퀴와 다리가 빠져 죽고 다쳤다”며 “그런데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지하철 발차를 막는다고 이야기해 우릴 괴물로 만들었다. 이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 하는 행위를 그만두라”고 말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출근길 지하철에 탑승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26차례에 걸쳐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김도식 위원이 자제를 요청하며 시위 현장을 찾았고, 전장연은 이달 20일까지 요구안에 대한 인수위 답변을 받는 조건으로 시위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한 지난달 30일부터 매일 삭발투쟁을 하며 인수위 답변을 촉구해 왔다. 약속 시한인 20일엔 6명의 삭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인수위에 오는 20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만큼, 답변이 오지 않으면 더 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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