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에 입양돼 떡 먹다가 사망…보험금 59억, 동창에게?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4월 20일 11시 57분


거액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50대가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보험금 수령자로 중학교 동창이 등록돼있자 법원은 보험 사기를 의심하며 보험금을 달라고 소송을 건 중학교 동창에게 패소 판결 내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남 창원에서 민속 주점을 운영하던 김모 씨(사망 당시 54세)는 2017년 9월 17일 주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당시 김 씨의 목에는 쑥떡이 걸려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떡이 사망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인 불명’으로 판정했다.

김 씨는 2013~2017년 16개 보험사에 사망보험 상품을 20건이나 가입했다. 보험금 합계는 자그마치 59억 원으로 김 씨는 매달 보험료만 142만 원을 내야 했다. 월평균 소득 100만 원에 비해 많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보험금 수익자는 다름 아닌 김 씨의 중학교 동창이자 법적 자매지간인 A 씨였다. 김 씨는 2016년 53세 나이에 A 씨 모친에게 입양됐고 이를 전후해 보험금 수령자는 김 씨의 자녀에서 A 씨로 바뀌었다.

A 씨는 고인이 떡을 먹다 질식해 사망했으니 재해 사망에 해당한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한 16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중앙회 상대 보험금 청구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이 사건에 수상한 정황이 여럿 있다며 보험계약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고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망 이외 별다른 보장이 없는 보장성 보험에서 법정상속인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중학교 동창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해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대출금까지 써가며 김 씨의 보험료를 매달 126만 원씩 대신 납부했는데 재판부는 A 씨의 이런 행동이 망인의 조기 사망을 확신하지 않는 경우 설명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말했다.

이밖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김 씨의 모친에게 입양 동의를 받은 과정이 석연치 않고 김 씨에게 특별한 질병이 없었다는 점, A 씨가 보험설계사 근무 경력이 있다는 점 등을 수상한 보험 계약의 판단 근거로 삼았다.

경찰은 A 씨가 김 씨의 사망 전 ‘독이 든 음식’을 인터넷에서 알아보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여 보험 사기 가능성을 두고 4년 가까이 수사를 벌였지만 지난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재판부는 “형사 처벌에 필요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경찰이 장기간 수사를 벌였다는 것 자체가 단순 보험사고로 보기 어렵게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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