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들이 본 ‘검수완박’ 문제점 4가지…“혐의 없어도 무조건 10일 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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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0일 13시 19분


남소정 울산지방검찰청 검사를 비롯한 평검사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관련해 열린 전국평검사회의 결과 및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4.19/뉴스1
남소정 울산지방검찰청 검사를 비롯한 평검사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관련해 열린 전국평검사회의 결과 및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4.19/뉴스1
전국 평검사들이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찾아낸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의 문제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수사권 박탈로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데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게 검사들의 평가다. 특히 검사가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부정부패에 특화된 검찰의 수사력이 사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검찰청 평검사 207명이 참석한 전국평검사회의는 20일 배포한 입장문과 참고자료를 통해 검수완박 입법의 실무상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검사 수사권 박탈로 억울한 사법 피해자 양산 위험”

우선 전국평검사회의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고 경찰이 작성한 서류만을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해 억울한 사법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은 범죄의 피해를 당해도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할 수 없고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며 “경찰에서 하지 못한 말을 검사 앞에서 이야기할 수도 없고 검사는 당사자 사이의 대질조사를 하지도 못해 억울한 사람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사가 범죄에 적합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지고, 기소여부를 경찰의 수사의지와 선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결국 범죄가 있어도 처벌하지 못하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가 열린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참석 검사들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선 검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전국 18개 지검과 42개 지청 검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 평검사 회의는 19년 만이다. 2022.4.19/뉴스1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가 열린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참석 검사들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선 검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전국 18개 지검과 42개 지청 검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 평검사 회의는 19년 만이다. 2022.4.19/뉴스1


◇“수사과정서 인권침해 발생해도 검사가 도울 수 없어”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이후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경찰에서 기록을 보내지 않는 한 검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를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현행 제도에서는 경찰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이 있는 사건에 대해 검사가 해당 기록을 검찰로 보내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이를 전면적으로 다시 수사할 수 있었으나 검수완박 법안은 이와 같은 검사의 기록요청 권한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당한 편파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검사에게 이야기해 봐야 검사는 그 경찰관에게 ‘피해자가 억울해한다’는 말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해도 경찰이 이를 거부하면 검사가 피해자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경우에는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불가할 뿐만 아니라 기록을 보지 못해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경찰에 알려주기 어려워 고소인의 이의제기 절차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현행 제도에서는 고소인이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해당 기록은 검찰로 넘어와서 검사가 직접 보완하여 수사할 수 있었으나, 검수완박 법안은 이의제기 사건 기록을 검찰에 보내달라고 경찰에 더 이상 요청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고소인이 이의제기를 하고 검사가 보완수사하도록 요구해도 결국은 같은 경찰관이 계속 수사하게 되고, 그 경찰관 이전과 동일한 결론을 내리게 되면 사건은 그대로 즉시 종결된다”고 호소했다.

◇“불법구금 의심에도 검사가 석방 못하고, 직접 영장청구도 불가”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에서는 경찰의 불법구금 의심이 들어 경찰에 석방 요구를 하더라도 경찰이 거절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검수완박 법안에서는 불법구금 의심이 들어도 검사는 경찰에게 석방을 ‘요구’할 권한만 있고, 경찰이 구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검사의 석방 요구를 거절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가 경찰의 신청 없이 직접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의 규정을 삭제한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평검사들은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직접 영장청구권을 법률로 침해한 ‘위헌적 개정’에 해당한다”며 비판했다.

또 “헌법은 검사에게 강제수사를 위해 법관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경찰의 신청을 받아 검사가 청구하는 경우와 검사가 경찰 신청 없이 직접 청구하는 경우 모두를 인정하고 있는데,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가 ‘직접’ 영장을 청구하는 형소법 규정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은 수사 중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검사가 구속을 취소할 수 있는 인권보호 규정까지 삭제했다”며 “이제 구속된 피의자는 죄가 없어도 검찰에서 무조건 10일 동안 구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정부패 비리사건 특화된 검찰 수사력 사장될 것”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대형 부정부패 비리사건, 뇌물·직권남용 등 공직부패범죄, 주가조작·분식회계 등 금융 기업범죄에 특화됐던 검찰 수사력이 대안 없이 사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안 공포 후에는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비리사건을 모두 경찰로 이관해야 하는데 경찰로 이관된 부정부패 사건들이 아무도 모르게 잊힐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검수완박 법안으로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 사건을 담당할 수사기관이 없어지는 ‘입법 공백’도 지적했다. 평검사들은 “가격담합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의 남용 사례 등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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