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당 의원 위장 탈당이라는 ‘꼼수’를 동원해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 강행 채비를 마친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 경우 ‘회기 쪼개기’라는 또 다른 꼼수를 마저 동원해 본회의 의결까지 마칠 기세다.
여야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조정위원 명단을 제출했다. 전날(20일) 민주당의 안건조정위 소집 요구에 따른 후속 조치다.
민주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청한 것은 검찰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를 위해서다. 국회법상 안건조정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소위 심사를 거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곧바로 전체회의 의결까지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에서 법안 의결을 위해 당 소속 민형배 의원의 탈당을 단행했다. 법사위에 보임된 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돌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탈당을 통해 비교섭 단체 의원을 1명 늘린 것이다.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민주당)의 조정위원 수와 제1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조정위원 수를 3대3으로 같게 해야 하고, 재적 조정위원 3분의2 이상(6명 중 4명)의 찬성이 없으면 최장 90일간 법안 심사를 끝낼 수 없다. 무소속 신분으로 전환한 민 의원을 비교섭 단체 위원 몫으로 참여시켜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을 의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2일 본회의 소집을 요청한 민주당은 구상대로 안건조정위가 구성되면 이날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 의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22일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한 뒤 본회의 표결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박 의장이 22일 본회의 소집을 즉각 수용할 가능성은 적지만 일단 법사위 단계까지는 어떻게든 마쳐놓겠다는 의지다.
민주당이 입법 속도전에 나선 이유는 내달 3일 열리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 전에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위장 탈당’ 꼼수까지 동원해 법사위를 통과하고 박 의장의 협조까지 이끌어내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한다 해도 현재 분위기로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통한 표결 저지를 막기는 어렵다는 게 문제다.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정의당은 물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반대 입장을 밝힌 데다, ‘위장 탈당’ 사태로 당내에서도 분위기가 급격히 싸늘해지고 있어서다.
이 경우 민주당은 다시 ‘회기 쪼개기’라는 꼼수를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30일 열리는 임시국회 회기를 수일 단위로 쪼개 소집하는 것을 말한다.
필리버스터는 회기가 끝나면 자동 종료되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온 직후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 5월 4일까지인 현 임시국회 회기를 단축해 일찌감치 임시회를 끝낸 뒤 다음 임시회 시작과 동시에 자동 상정되는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이다. 이후 다음 법안도 같은 방법으로 며칠 단위의 임시회를 소집해 필리버스터를 조기에 종료한 뒤 표결에 부친다는 전략이다.
만일 민주당이 이런 방식으로 본회의 의결마저 끝낸다면 이번 검수완박 법안은 상임위 단계부터 본회의까지 수차례의 꼼수를 동원하는 셈이어서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두고두고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런 회기 쪼개기 꼼수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박 의장은 여야 중재에 주력하고 있어 민주당 독주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본회의 표결을 위한 우회 방안을 찾기 위해 법안 수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중재안을 내놓은 정의당과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고 하는 대원칙은 반드시 이번에 관철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합리적인 대안이나 문제의식은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본회의 상정권을 쥐고 있는 박 의장 설득이 중요한 만큼 법 시행 유예 기간을 늘리거나 논란이 된 검찰 보완수사 금지 조항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이같은 수정안을 제시할 경우 정의당과의 연대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당은 검찰 수사권 분리에 동의하면서도 유예기간 등에 이견을 보여왔다.
정의당과 합의안을 끌어낼 경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강제 종료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의당 또한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 내용을 보고 당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우리당은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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