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로 민주주의 위기, 韓-뉴질랜드 함께 자유 수호해야”
“저신다 아던 총리, 올해 방한 희망”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오늘날 한국은 법치주의와 언론 자유, 자유무역, 인권 같은 민주주의 가치로 다져진 몇 안 되는 주요 파트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62)는 한국-뉴질랜드 수교 60주년을 맞아 21일 서울 중구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터너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알 수 있듯 몇몇 나라는 권위주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지금 한국과 뉴질랜드가 그 가치를 함께 수호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양국은 1962년 3월 26일 외교관계를 맺은 이후 경제 정치 문화를 비롯한 다방면에서 교류를 넓혀 왔다. 현재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은 약 4만 명으로 뉴질랜드 인구의 약 1%를 차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전년 대비 12%가 증가해 4조5000억 원을 넘었다.
○“뉴질랜드, 6·25전쟁 발발 직후 파병 결정”
뉴질랜드는 1950년 6·25 전쟁 발발 나흘 만에 군인 6000여 명과 군함 파병을 결정했다. 현재 유엔군사령부에도 뉴질랜드 장병 12명이 근무 중이다. 터너 대사는 “사실상 한국과의 관계는 1950년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뉴질랜드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해외 참전 용사를 기리는 뉴질랜드 최대 국경일 ‘앤잭데이(Anzac Day)’를 앞두고 22일 가평전투가 벌어진 경기도 가평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25일에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에 참석한다.
터너 대사는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실현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그는 “누구든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이를 이뤄내는 과정은 너무 어렵다”며 “대화를 택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비핵화 대열로 데려오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패했다고도 할 수 없다. 대화 시도가 없었다면 지금 한반도는 더 불안정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접근은 문 정부와 다르겠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뉴질랜드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 한국 정부가 속도를 내는 것에 관해 “CPTPP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이며 효과적인 자유무역협정”이라며 “한국은 아주 중요한 가입국 후보”라고 전했다.
○“아던 총리, 올해 말 방한 희망”
그는 한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뉴질랜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신남방정책의 운명’을 꼽았다. 터너 대사는 “차기 한국 정부에서 신남방정책을 어떻게 다룰지 많은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민주주의가 아닌) 다른 힘들이 태평양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만큼 윤 당선인과 그의 팀이 태평양 지역 평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한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는 세계 6위 군사력과 10위 경제력을 보유한 주요국”이라며 “윤 당선인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도력을 보여줄 기회는 전보다 많아졌다. 앞으로 동맹 중심 외교를 더 강력하게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터너 대사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올해 말 방한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781일 만에 해외순방길에 나선 아던 총리는 최근 싱가포르에 이어 일본을 방문했다. 그는 아던 총리의 생애 첫 해외여행지가 한국이라며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청정국가’로 불리는 뉴질랜드는 약 2년간 유지해온 국경 전면 폐지 조치를 완화해 다음달 드디어 문을 연다. 5월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격리 없이 뉴질랜드를 여행할 수 있다. 17일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접수를 재개한다. 12개월 동안 뉴질랜드에서 지낼 수 있는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9~30세 한국인 3000명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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