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합의 이후]검수완박 중재안, 커지는 논란
① 고위공무원-선거 수사 멈추나
② ‘단일-동일성’이 수사 족쇄?
③ 중재안 위헌성 있나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놓고 법조계에서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중재안대로 시행될 경우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힘센 권력층’ 대상 수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 공직자-선거사범 수사 올스톱 되나
4급 이상 공직자 및 선거 관련 범죄를 검찰 직접 수사 범위에서 제외한 중재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9월부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선거범죄),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직권남용) 등의 수사를 경찰에 넘겨야 한다.
특히 선거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한데 검찰이 9월부터 선거사건을 경찰에 넘겨야 하는 만큼 올 6월 지방선거 관련 사건을 놓고 수사 공백과 혼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전까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되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는 경찰이 맡을 수밖에 없는데, 이미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업무량이 늘어난 상황이라 경찰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직접 인지한 사건과 고소·고발사건 중 직접 수사한 사건은 총 1만 건에 이른다.
또 여야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공직자·선거범죄를 검찰 직접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선 “정치인이 발 뻗고 잘 수 있게 만든 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희생으로 권력자들은 이득을 보는 내용”이라며 “10년 경험을 쌓은 검사들과 이제 막 채용한 변호사 출신 경찰하고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수사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단일성·동일성’ 요건으로 부패·경제 수사도 지장
여야 합의안은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한다(별건 수사 금지)’는 조항을 두고 있다. 법조계는 이 같은 규정이 검찰에 한시적으로 남겨진 부패·경제범죄 수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고소·고발사건 수사나 인지수사를 진행하던 중 추가 혐의를 발견해도 직접 수사가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공무원의 뇌물 수수 혐의는 부패 범죄에 해당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지만, 이 공무원이 뇌물 공여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직권남용 혐의나 가짜 보고서를 만드는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된다. 대기업 관련 사건에서도 예를 들어 실무 직원의 거액 횡령 사건을 경영권 등 다른 의혹으로 확대 수사할 수 없게 된다.
○ 여야 중재안 위헌 여부도 논란
대검찰청은 중재안이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형해화(내용 없이 뼈대만 남은 상황)했고 졸속입법으로 적법 절차를 어겼다는 점 등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여야가 중재안을 합의 처리할 경우 절차적 문제는 해소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또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를 다루는 절차다. 헌재가 검찰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주체가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검찰로부터 직접수사권을 양도받는 중수청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7∼12월) 문을 열게 된다. 하지만 중수청이 신설되더라도 당분간 검찰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중수청에 대한 통제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또 다른 과잉 수사 논란을 빚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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