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30)·조현수(31)의 보험사기·살인 사건에 보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업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업계 종사자로서 남의 일 같지 않은 사건”이라며 “보험 가입이나 지급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5대 생명보험 업체인 A사 관계자는 24일 뉴스1과 통화에서 “보험사기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보험금을 노리는 강력범죄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보험사기 방지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예방 활동 및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에 따른 강력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2016년 9월 시행된 보험사기 방지법이란 보험사기행위의 조사·방지·처벌에 관한 사항을 정해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그 밖의 이해관계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 등의 행위가 보험사기 행위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해도 범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게 보험업계의 애로로 꼽힌다.
보험업계 B사 관계자는 “보험사 내 전직 경찰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조사부(SIU)에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 제출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금을 노리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물질적인 증거가 잘 남지 않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과 달리 보험사기 관련 객관적 증거 확보가 어려워 ‘적당한 선’에서 합의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이은해는 혼인 신고 5개월 뒤인 지난 2017년 남편 윤모씨(사망 당시 39) 명의로 생명보험 4개와 손해보험 2개에 가입했다. 이씨는 자신을 보험금 수령자로 지정한 뒤 매달 최소 7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남편 사망 시 그가 수령할 보험금은 총 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2019년 6월 경기 가평 계곡에서 내연남 조현수와 공모해 남편을 물에 뛰어들게 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도피 생활을 하던 이씨와 조씨는 지난 16일 검거됐다.
이들의 범죄 행각을 놓고 “보험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중복·과다 가입을 허용하는 현 보험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보험사마다 가입 조건이 다르지만 생명보험금 30억 이내(지급액 기준)에서는 고령자가 아닌 이상 가입에 큰 제한이 없다. 가입 시 피보험자 자필 서명과 소득 수준을 적기는 하지만 소득 기입은 의무 사항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미 가입한 상품을 또 가입할 수 있는 ‘중복 가입’도 허용되고 있다. 소득 대비 무리한 납입을 해도 사실상 뚜렷한 제재를 받지 않는 셈이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시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SIU를 동원해 조사를 진행한다.
SIU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며 사건 추적의 단서를 제공하는 만큼 긍정적인 평이 많지만 보험사의 사후 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에 “보험료는 꼬박꼬박 받다가 보험금을 지불해야 할 때 금액이 많다고 조사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보험업계 C사 관계자는 “명백한 보험사기인데도 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누수’(보험사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가 발생해 보험료가 인상된다”며 “SIU 활동은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피해를 사전에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사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보험 가입이나 지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이은해 사건 같은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닌데, 보험사기를 보험업 전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