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선거범죄 검수완박되면…경찰, 지옥문 열린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5일 17시 37분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서 선거범죄를 삭제한 중재안의 피해는 경찰이 입게될 것이라는 현직 검사의 주장이 나왔다.

이한울 대검찰청 감찰연구관은 25일 검찰 내부망에 ‘선거사건 검수완박=경찰 헬게이트 오픈’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이 재판도 잘 할 수 있다”며 “사건을 제일 잘 아는 것은 수사한 사람이다. 수사한 사람이 재판하는 것이 진실을 규명하는데 가장 효율적이다. 검수완박은 곧 경찰의 공판지옥”이라고 했다.

이 연구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ㅇㅇ시장 선거개입 기록은 약 20만쪽이다. 투표지 촬영 100쪽짜리 사건 2000건보다 더 어렵다. 기록 읽는 데만 몇 달 걸리겠다. 이쯤되면 어떤 내용이 기록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도 수사검사들 말고는 없다”면서, “(의장 중재안이 통과되면) 경찰에서 수천, 수만 쪽짜리 기록이 온다. 검사가 읽는 데에만 여러 날이 걸린다. 우여곡절 끝에 어찌저찌 기소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했다.

중재안에 따라 검수완박 법안이 추진되면 이달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어 오는 6월 지방선거 후 선거범죄 수사는 검찰이 직접 하지 못하고 경찰에 의존해야 한다.

공소시효가 6개월인 선거범죄 업무를 경찰이 가져갈 경우 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업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인 8~9월 시행하게 된다.

이 연구관은 “수사팀 경찰관들은 이제부터 장장 몇 년에 걸친 재판 준비에 투입돼야 한다”며 “이런 사건을 피고인 얼굴 한 번 못 본 검사가 혼자 떠맡는다는 것은 무죄 자판기를 가동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최대 효율을 위해 수사력을 조절하는 것과, 검수완박으로 아예 못하게 막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관은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년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90% 넘는 일반 범죄의 직접수사권이 이미 경찰로 넘어갔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마치 90% 사건은 검찰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고,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연구관은 “검찰은 100%의 사건을 전부 검토한다. 단 1건도 검사가 검토하지 않는 사건은 없다. 기록을 검토하고, 미진한 것이 있으면 보완을 요구하거나 직접 수사를 한다. 현실적으로 소수인 법률가집단인 검찰이 모든 수사에 관여할 수 없으니 경찰의 협력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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