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정책자문위 “성급한 입법” 조균석 검찰정책자문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위원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차 검찰정책자문위원회에 참석해 자료를 읽고 있다. 이날 자문위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나 논의 없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뉴스1
“(중재안으로) 이득 보는 사람은 부패 공직자, 손해 보는 사람은 선량한 국민.”(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 부부장 및 평검사 일동)
전국 검찰청 간부와 평검사들이 25일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에 대해 잇달아 반대 성명을 냈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검장 전원이 사의를 표하면서 사실상 ‘지휘부 공백’ 상태가 이어지자 일선 검사들이 입법 저지를 위해 지검과 지청, 전담 분야 등 단위별로 동시다발적 대국민 호소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 “피해 방치, 수사 포기가 목표인가”
검사들의 릴레이 성명은 중재안 발표 직후 23일 청주지검 간부들이 반대 성명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청주지검은 “형사사법체계는 국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끊임없는 시뮬레이션과 숙의를 통해 최선의 답을 찾아야 한다”며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건 국민을 위험한 실험으로 내모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글을 신호탄으로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동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창원지검 등 지검 7곳과 지청 3곳, 부서 1곳 등 총 11곳의 검사들과 전국 선거사건 전담 부장검사와 평검사, 성폭력사건 전담 평검사들이 단체로 중재안 반대 성명을 냈다.
강릉지청 평검사들은 중재안이 선거 및 공직자 범죄 등에 대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한 것을 두고 “진정한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려운 ‘정치적 야합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사건 전담 평검사들은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으로 제한된 검찰 보완수사와 관련해 “명백한 추가 피해를 눈앞에 두고도 방치하고 수사를 포기하는 것이 개정안의 목표냐”라고 비판했다.
22일 사표를 낸 김 총장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중재안은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므로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중재안 발표 하루 전인 21일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미리 내용을 들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22일 언론 속보를 통해 중재안을 처음 알았고, (이전까지는) 중재안의 ‘중’자도 들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사의 표명과 관련해선 “검찰총장은 검찰 구성원을 대표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사표는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국민을 위해 (검찰 간부들이) 사직을 하는 건 말리고 싶다”고 했다. 김 총장의 사표는 수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의 사표는 곧바로 청와대에 보내 대통령님의 뜻을 여쭙고자 한다”고 했다.
사표를 낸 김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도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중재안에 대해 “선량한 국민께서 억울한 피해를 입게 되고 힘 있고 가진 자들의 불법과 비리가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면서 추가 범죄가 드러난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주임검사도 비판에 동참했다. 인천지검 형사2부 박세혁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범죄는 두부나 카스텔라처럼 딱 절단돼 구분 지을 수 없다”며 “중재안에 따른다면 명백한 증거에도 (이은해 씨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양양 복어 독 살인미수와 용인 낚시터 살인미수는 범죄 사실과 범행 장소 등이 달라 (검사가) 수사 개시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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