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6개월 전기료 미납 안걸러지고
② 요양보호사 정기 방문대상 빠지고
③ 주거급여 현장조사도 안이뤄져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아들은 지난해 두 번이나 구청을 찾아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했지만 1930년대 지어진 쓰러져가는 한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급여 지급 기준인 소득인정액 환산 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연한 지적인데 기자가 살펴본 결과 그 밖에도 사회복지 안전망이 이들 모자를 발견할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2개월마다 전기요금,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 미납 정보를 취합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있었다. 이 시스템으로 모자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넘게 전기요금을 내지 못했던 걸 발견했다면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그런데 모자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216kWh였던 것이 문제였다. 이 시스템은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200kWh를 넘으면 가구 형편이 어렵다고 보지 않는다. 전기를 써야 하는 사정은 가정마다 다른데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모는 2020년 2월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요양급여’ 대상자로 선정됐다. 요양보호사가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했다면 시신이 한 달 넘게 방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모는 사망할 때까지 한 번도 방문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인근 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방문요양 비용의 10%(월 약 8만 원)를 부담해야 하다 보니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모자에겐 사실상 없는 복지 서비스와 다름없었다.
아들은 지난해 12월경 구청을 방문해 생계·의료·주거급여를 신청했다. 노후 주택의 수리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는 현장 조사가 필수다. 주택 노후 상태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모자의 한옥 소유가 문제였다.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을 초과해 모자는 현장 조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모자의 형편은 언제나 현장 조사 없이 서류로만 판단됐다. 그 결과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모자는 숨진 지 한참이 지나서야 수도요금이 과다 청구된 걸 이상하게 여긴 수도사업소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선 서류상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을 일선 사회복지 인력이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도 꺾인 만큼 지금이라도 부족한 복지 인력을 확충하고 방문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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