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향후 법안의 효력을 정지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 대검은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을 공포할 경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대검 “공포 즉시 권한쟁의심판 청구”
김오수 검찰총장 사의 표명 후 직무를 대리중인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정안은 내용상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직결되는 법안을 하루아침에 강행 통과시킨 것은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검은 개정안의 위헌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이 보장한 영장청구권에 포함된 만큼 수사권 박탈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위한 권한을 침해한다고도 했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적법절차 원칙이 헌법에 천명돼 있는데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이나 공청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법안 통과 과정에서도 절차 위반 소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가 ‘위장 탈당’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민형배 의원을 무소속 자격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넣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대검은 ‘국가기관 간 권한 다툼이 있을 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61조)는 규정을 활용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헌재를 통해 위헌성 여부를 다투는 방법은 권한쟁의심판 이외에도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이 있다. 다만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를 당한 개인 등이 청구하는 것이고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법원이 제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대검은 헌재의 최종 판단 전까지 개정안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신청도 함께 내기로 했다.
● 법조계 “졸속입법 막아달라” 입 모아
법안 강행처리 움직임에 대한 법조계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재심 사건을 많이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법을 뚝딱 만든다는 게 말이 되나.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등을 대변해 온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도 27일 “개정법대로라면 검사가 보완수사요구를 하는 순간 사건이 검찰 내부망에서 사라져 기한관리가 안된다. 결국 피해자가 대응을 포기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회관 강당에서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생중계할 방침인데 변호사뿐 아니라 일반 시민 참가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은 27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검찰 직접 수사권이 급박하게 사라질 경우 선량한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 졸속 입법을 막아주실 것을 청원드린다”고 호소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생만 이용할 수 있는 내부게시판에도 27일 “악법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 의원은 역사의 죄인으로 남으십시오”라는 글과 함께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 172명의 이름을 적은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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