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유폐’ 발언에 일제히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장관 스스로를 검찰로부터 분리·고립시킨 것이 아니냐”며 “쓴소리 한 마디만 해줬어도 소외감은 못 느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37·사법연수원 40기)는 29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장관님, ’유폐‘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치인이 아닌 국가공무원으로서 쓴소리 한 마디만 해줬어도 지금 느끼는 소외감은 절대 못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전국고검장회의에서 ’나는 유폐된 사람이다‘ 이런 표현을 했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 국면에서 검찰이 자신과 논의 없이 집단 반발을 이어가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법안을 둘러싼 갈등 3주간 내 역할이 무엇인가 돌아봤다”며 “(그간 검찰국과 소통을 잘 해왔었는데 이제는) 내가 사실상 그런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날 저문 과객‘에 불과하다”며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의견을 이야기했으니 나머지는 입법부인 국회가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신 검사는 “어느 누구도 장관님을 유폐시킨 적도, 그런 생각을 가진 적도 없다”며 “저를 포함한 검찰공무원들은 쓴소리 한 마디 못하는 장관께 많은 실망과 함께 마지막 남은 작은 기대조차 접고 스스로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장관님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기도 하지만, 법무부 장관 직위를 겸하고 있다”며 “소속 정당이 채택한 당론을 못 본척 하실 수 없겠지만, 장관님 아래에서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검사나 검찰공무원들의 권익을 외면하고 당론만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구성원들의 깊은 우려와 간곡한 요청에도 장관님은 검수완박 법안에 당당히 서명하고 말았다”며 “그 서명은 법무부의 존재의의를 뒤흔드는 행동이었다고 확신한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신 검사는 “이제 스스로 만든 고립에서 벗어나 법무부의 수장으로서 목소리를 당당히 내주길 바란다”며 “국회에 문제점과 국민 권익침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적극 전달해주시고 대통령께도 법률의 위헌성 등에 대해 설득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수완박 법안 시행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박찬록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검수완박 법안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인지에 대한 판단과 국민투표에 부의할 것인가의 결정은 대통령 재량”이라며 “국민의 여론이 극도로 분열된 점을 감안하면 그 자체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어서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국민투표 부의권은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며 “일부 조항에 부족함이 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국민투표 부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하위법에 의해 상위법인 헌법이 예속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권나원 울산지검 공판송무부장도 전날 “국민투표법 투표인명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및 입법 공백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 부의는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부장은 “선관위는 투표인명부를 작성할 수 없어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은 헌법에 따라 보장되는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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