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에 든 고추 모종을 살피던 자신을 도둑으로 의심했다는 이유로 80대 노인을 때려 숨지게 한 5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혜선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일 오후 3시 광주 남구 한 식당 앞에서 B(84)씨를 때려 엿새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동료와 술자리를 하고 식당에서 나와 주차된 차량 사이에 놓인 검은 비닐봉지를 살폈다. 봉지 안에는 B씨가 심으려던 고추 모종이 들어 있었다.
잠시 집에 들렀다 나온 B씨는 “모종을 왜 가져가려 하느냐”며 A씨에게 따졌다.
A씨는 자신을 도둑으로 의심했다는 이유로 B씨의 가슴을 강하게 밀쳤다. B씨는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다쳤다.
B씨는 이 사건 직후 차를 몰고 밭에 가면서 ‘머리가 많이 아프다’는 혼잣말을 했고, 밭에 다녀와 식사를 하지 못하고 누워 있다 구토했다. 다음 날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옮겨져 치료받다 엿새 만에 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 ‘자신의 폭행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직후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한 B씨가 다음 날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에 B씨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외상성 뇌내출혈·경막하출혈’이라는 B씨 담당 의사들의 진단과 목격자 증언 내용 등을 종합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전도에 의한 외상성 두부 손상이고, 다른 사인으로 고려할 만한 손상과 질병은 없다. 목격자는 B씨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면서 ‘쿵’ 소리가 크게 났고 B씨의 뒤통수에 피가 보였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힘껏 밀친 B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아스팔트 도로에 머리를 부딪쳐 상당한 충격음이 발생하고 B씨의 머리에서 피가 보였으나 B씨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병원 후송 조치 없이 범행 장소를 떠났다. A씨는 자신의 폭행으로 B씨가 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다. A씨 폭행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고령인 B씨를 폭행, 사망케 해 죄질이 무겁다. B씨의 유족이 A씨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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