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자락 도로 인근에서 소변을 보던 택시기사를 멧돼지로 오인하고 총으로 쏴 숨지게 한 70대 엽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엽사 A 씨(7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경 서울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인도에서 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소변을 보던 70대 택시기사에게 엽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운 산에서 멧돼지를 쫓아 내려오다 숲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멧돼지로 오인해 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는 한번에 발사된 탄환 2발에 각각 오른쪽 손목과 복부를 관통당해 쓰러졌다.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5시간 뒤인 지난달 30일 오전 0시 52분경 숨을 거뒀다.
사고가 난 도로변은 민가와 거리가 있어 인적이 드물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서울멧돼지 출현방지단 소속으로 은평구청 등에 등록된 엽사다. 수렵 관련 사고 이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통행할 가능성이 있는 인도 근처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총을 쏜 것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야생생물법 시행규칙은 총기사고 예방을 위해 인근에 사람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도록 하고, 인가·축사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멧돼지 오인 총격 사고는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 김천시 복숭아밭에서 50대 남성이 멧돼지로 착각한 엽사의 총에 중상을 입었고, 2020년 10월에도 충남 청양군 야산에서 멧돼지 사냥을 갔던 40대 엽사가 동료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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