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사 안팎에 노숙인을 특정한 노상방뇨 경고 게시물 등을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역사 등에 부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역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소속기관 등에 해당 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노숙인 지원 활동을 하는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지하철 역사 안팎에 부착된 게시물을 지적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단체가 지적한 게시물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 보상 청구 중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단체는 이러한 게시물이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한다고 했다.
노상방뇨 관련 게시물이 붙은 지하철역의 A 역장은 “2021년 5~6월에 특정 노숙인 2~3인이 역사 안에 상습 방뇨를 하여 직원들의 고충이 컸고, 관련 민원도 1일 8~9회 접수되는 등 개선 요청이 있어 해당 게시물을 부착했다”며 “현재는 모두 제거했다”고 답변했다.
시설물 파손 관련 게시물이 붙은 지하철역의 B 역장은 “2021년 9월경 특정 노숙인이 B역사 내의 TV를 파손해 해당 TV가 나오지 않아 철도 이용객을 위한 안내 게시물을 부착했다”며 “해당 문구가 노숙인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현재는 게시물을 제거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부착된 게시물이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이지만 게시물에 그 대상을 ‘노숙인’이라고 특정함으로써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게시물을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인권위는 “진정의 원인이 되었던 게시물을 모두 철거했다고 하나, 게시물이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었기 때문에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직원 직무교육 등을 권고한 이유에 대해선 “유사한 사례가 다른 역사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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