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 수사 역량과 성과를 폄훼하는 주장이 제기돼 상당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검찰 직접수사가 필요한 근거로 경찰 수사 역량이 거론되자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청장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경찰의 수사 전문성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일선에서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경찰관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자긍심을 훼손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그간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가평 계곡 살인 사건, 노원 세모녀 사건 등을 사례로 들며 경찰에서 밝히지 못한 잘못을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잡았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경찰청장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청장은 “경찰이 실체적 진실의 100%를 짧은 시간 내에 완벽하게 다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추가로 밝혀낼 여지도 충분히 있다”며 “그랬을 때 경찰의 수사가 잘못된 수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는 검경이) 역할을 분담해 실체를 완벽히 파악하고 기소를 위한 준비를 빈틈없이 하는 과정이지, 경찰은 잘못됐고 검찰은 완벽하다는 식의 주장은 경찰의 수사 역할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입장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청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경찰 업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6대 범죄를 포함해 전체 범죄의 99%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며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통제장치, 예를 들어 시정조치와 이의신청에 따른 법정 송치, 징계·해임 요구 등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실제 경찰 수사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도 일선 수사관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인력과 예산, 각종 수사 인프라에 대한 지원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관련 법안이 최종적으로 공포되면 4개월 정도의 유예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부처와 인력 증원과 예산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김 청장은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수사 역량 강화와 교육, 훈련, 인력 재배치, 특수 수사 기법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부족한 인력과 예산, 인프라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순차적으로 인력과 예산 확충이 이뤄지고 있어 수사 기간 지연 문제는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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