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습관에” 출퇴근길 마스크 여전… 산책-운동땐 상당수 벗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일 03시 00분


실외마스크 의무 해제 첫날

566일 만에 공원서 ‘노 마스크’ 점심시간을 맞은 시민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이날부터 해제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로 외부 활동을 하는 
모습이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566일 만에 공원서 ‘노 마스크’ 점심시간을 맞은 시민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이날부터 해제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로 외부 활동을 하는 모습이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감염 위험이 여전한데 마스크 벗기가 좀 꺼려져서요.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서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거닐던 A 씨(75)는 마스크를 쓴 채 한강을 배경으로 부인과 사진을 찍었다. A 씨는 “오늘부터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마스크는 쓸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강공원에서 마주친 시민 대부분은 A 씨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10명에 한 명도 안 됐다. 한강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조모 씨(33)는 “여자 친구가 아직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어 혹시 감염될까 걱정돼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닌다”고 했다.
○ “썼다 벗었다 하느니 그냥 쓸래요”
야외 마스크 해제 첫날인 2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코로나19의 불안감으로 직장인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야외 마스크 해제 첫날인 2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코로나19의 불안감으로 직장인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2일 해제됐다. 2020년 10월 13일 이후 566일 만이다. 하지만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주변에는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학생들이 몰렸는데,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잠실역에서 여의도로 출근한다는 안모 씨(34)는 “집을 나올 때만 해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출근길 직장인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안 하고 다니면 괜히 눈치가 보여 당분간 마스크를 하고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주변 사람들 시선이 신경이 쓰이는지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다시 착용하기도 했다.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체 첫 날인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을 찾은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산책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체 첫 날인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을 찾은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산책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는 만큼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는 게 불편해 그냥 쓴다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초3 딸 등굣길에 동행한 학부모 전모 씨(40)는 “아이가 ‘교실에 가면 어차피 마스크를 써야 하니 그냥 밖에서도 쓰겠다’고 해서 함께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며 “아이도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져 그런지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충남에서 서울을 찾은 김모 양(17)은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런지 마스크를 벗는 게 좀 어색하다. 같은 반 친구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8시경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부근을 지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퇴근길이라는 직장인 최모 씨(31)는 “오늘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녔는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마스크를 계속 썼다. 남들이 벗을 때 같이 벗으려고 한다”고 했다.
○ 기온 오르자 ‘탈(脫)마스크’ 늘어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체 첫 날인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 노천 카페를 찾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체 첫 날인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 노천 카페를 찾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반면 등산과 산책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시민들은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반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후 2시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는 시민 50여 명 가운데 7, 8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였다. 한 손에 마스크를 들고 가던 홍지영 씨(49)는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가 좋아 산책을 나왔다”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돼 답답하지 않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서울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일영 씨(72)는 “어제까지 숨이 가쁘더라도 주변 눈치가 보여 마스크를 벗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눈치 안 보고 벗고 다녀도 된다”며 환영했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이 영상 21도까지 오르면서 도심에서도 낮 시간에는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광화문 인근에선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야외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커피를 마시고 대화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

#실외마스크#의무해제#노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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