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 예산 확보 및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를 위해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장연이 지하철에서 다시 ‘오체투지’ 투쟁에 나서며 “진심을 알아달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3일 오전 9시경 서울 종로구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오체투지 방식으로 기어서 지하철에 탑승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탑승에 앞서 “기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장애인의 상황인데 그걸 천민 대접하는 비장애인 중심 시민권리보장 현실을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나”며 “진심을 알라주시라”고 말했다.
전장연이 지하철에 탑승하는 동안 활동지원사와 취재진, 경찰이 뒤섞이며 10여 분간 소란을 빚었다.
전장연은 당분간 매일 오전 경복궁역과 동대입구역 간 오체투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휠체어를 타고 다수의 회원이 지하철에 오르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이달 중순까지 중단한다.
전장연은 추호경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권리 예산 마련을 약속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22일 제28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마지막으로 시위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추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 특별운송수단 운용을 국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장애인권리 4대 법률 제·개정 중 단 한 가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약속어음 하나 발행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5월 중) 새 정부의 예산 기준선을 기재부가 각 부처에 내리게 된다”며 “그 기준선에 우리가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을 포함해 줄 것을 장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예산을 확대·강화한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라도 그것이 진심이면 우리와 만나자”며 “소통과 신뢰 속에 약속 어음이 부도 수표가 되는 게 아닌, 실제 장애인권리예산으로 반영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오체투지 탑승에 앞서서는 제25차 삭발투쟁식이 진행됐다. 이날 삭발결의자로는 너른마당 허종 씨, 고양아람센터 정명호 씨가 나섰다.
전장연은 10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는 4호선 혜화역에서 삼각지역으로 이동하는 지하철 시위를 전개할 방침이다. 취임식 당일 오전에는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으로 이동하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