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운영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법안을 입법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위해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국처럼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커뮤니티 폐쇄법’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입법 예고 사이트에는 민주당 이상헌 의원 등 10인이 지난달 29일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예고 법안으로 올라왔다.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하고·김종민·김태년·송기헌·신동근·양정숙·유정주·이성만·임오경·전용기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법안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특정 정보통신서비스 또는 게시판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특정인의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일정한 기간 동안 유통되는 전체 정보 중에서 특정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다수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가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또는 게시판의 운영 중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침해자가 ‘정보 삭제와 반박 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아예 게시판 운영 중지 요청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2)에서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 등은 “이는(현행법은) 어디까지나 하나하나의 정보에 대한 권리여서 이러한 정보들이 남발되거나 이러한 정보의 유통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티 게시판 등이 운영되는 경우 피해자 개인이 방대한 규모의 개별 정보들을 상대로 일일이 대응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우울증이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는 바 이에 대하여 더 적극적인 대안을 현행법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해당 입법예고 의견란에는 누리꾼 찬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3일 오후 3시 기준 2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민주주의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여기가 공산 국가냐”, “악용의 여지가 많다”는 반대 의견이 대다수지만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명예훼손 및 언어폭력 더이상 정당화되면 안된다”는 찬성 의견도 따랐다.
2030대 보수성향이 많은 한 커뮤니티에는 “자동차사고로 피해자발생=자동차금지법, 건물붕괴로 피해자발생=건축물금지법, 숨쉬다가 감기걸려 피해자발생=호흡금지법”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나날이 신박해지는 민주당이 이번엔 ‘커뮤니티 폐쇄법’을 발의했다”며 “피해자라는 마법의 단어로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몸캠 공유, 저주의식, 살인청부까지 하는 커뮤니티는 ‘여성시대’ 같은 개딸 서식지라는 걸 아시려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상헌 의원실은 “커뮤니티 폐쇄가 아니다. 피해자의 피해사실이 명백하다는 조건하에 게시판을 일시정지하는 것”이라며 “엠팍이나 펨코 같은 불특정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대형 커뮤니티가 대상이 아니고 특정인을 타게팅해서 운영되는 게시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악성 게시물 삭제 요청이 가능한데 굳이 게시판 정지까지 해야 되냐?’는 질문에는 “하루에도 몇백 건씩 올라오는 게시물 중 하나하나에 대해 피해사실을 소명하고 삭제하는 절차가 너무 길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어 잠시나마 게시판 정지 요청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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