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공포되면서, 수사를 개시한 검사는 더 이상 ‘기소’를 할 수 없게 됐다. 기소와 수사를 불가분의 관계라고 주장하는 검찰은 ‘바닥이나 지붕 없는 집을 만들 것’이라며 우려했다.
국회는 3일 오전 본회의에서 재석 174석 중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또 다른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172명의 찬성으로 본회의에서 가결된 바 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3시50분께 국회에서 의결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번에 개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에는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73년간 유지돼 왔던 검사의 수사·기소권한이 분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검은 수사·기소검사 분리 방침에 ▲검사의 책임소재 불분명 ▲실무 운용상 문제 발생 우려 ▲공수처 검사와의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비판했다.
수사검사는 권한만 행사하고 기소검사는 책임만 지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는 수사과정 등을 알지 못해 공소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무상으로도 구속사건의 경우 수사검사가 구속만기 직전 방대한 수사자료를 기소검사에게 인계하는 경우, 기소검사는 사실상 기소 여부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검사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해당 조항이 가져올 문제점을 주장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춘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방산비리·기술유출 사건·증권범죄 등을 언급하며 “수사와 기소를 연계하거나 결합돼야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며 “(수사·기소가 분리되면) 기소검사는 수사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기술자료를 포함한 수만 페이지의 기록을 다시 검토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고 법리검토를 해야 하는데, 필연적으로 수사지연을 초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 유출 수사는 수명의 검사가 수개월 동안 진위여부를 판단하는데, 수사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기소검사가 단기간에 전문기술과 증거관계를 이해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처분을 두고 다툼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도 이프로스에 “수사란 기소·공판이 준비행위라는 점에서 소추권의 본질적 부분임이 인정된다”면서 수사를 할 수 없는 소추권자를 ‘바닥이나 지붕이 없는 집’으로 비유했다.
그는 “범죄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수의 관련 범죄들이 엮이는 것”이라며 “소추권자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적법절차 범위 내에서 발견되는 범죄들에 대한 대응을 포기하고 피해자들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청법 개정안은 부칙으로 공수처 검사의 수사권은 유지하도록 했는데 이를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수사의 공정성 담보를 위한 대원칙이 아닌 오로지 검찰청 검사 수사를 금지하기 위해 적용돼 기형적 사법제도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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