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된 직후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이 같이 밝혔다.
지난달 8일 대검이 처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뒤 25일 동안 검찰총장 사퇴, 전국 고등검사장 사의 표명, 대국민 여론전 등 검찰 조직이 총동원돼 전면전을 폈지만 결국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는 회한이 담긴 발언이었다.
● 대검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 검토”
박 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4시 반경 서울 서초구 대검 기자실을 방문해 “내용 및 절차상 위헌성, 국민들에게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 요구를 건의드렸으나 조금 전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됐다”며 “주저앉을 순 없다.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자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청문회를 앞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에 대해 “청문회에서 검수완박 입법과 공포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의 의견을 상세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짧은 입장문을 냈다.
대검은 이날 검찰 구성원 3376명이 작성한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하며 문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등 막판까지 입법 저지를 위해 노력했다.
검찰 고위 간부의 항의성 사퇴도 있었다. 권순범 대구고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에 “입법저지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왔지만 오늘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사직인사를 드린다”며 “역사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성토했다. 권 고검장을 포함해 전국 고검장 6명이 지난달 22일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만큼 고위 간부들의 사직 인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국 지검장 18명은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찾아보겠다.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 “대통령령 개정으로 수사범위 일부 넓혀야”
대검은 검수완박법의 위헌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대검은 지난달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검사의 수사권이 이번 개정안으로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등) 개정을 통해 수사 범위를 일부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정된 검찰청법에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경제, 부패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로 명시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의 원안인 ‘경제, 부패 범죄 중’ 보다는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행 대통령령에서 규정하는 6대 범죄의 종류도 상위법에서 명시된 규정이 아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경제 부패 범죄의 범위를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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