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일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공수처가 지난해 9월 10일 손 검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선 지 7개월여 만에 결론을 낸 것이다.
공수처 여운국 차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손 검사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는 손 검사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권고했지만 공수처는 위원회의 권고 결과를 따르지 않았다.
공수처에 따르면 손 검사는 2020년 4월 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과 참고 자료를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자였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손 검사가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에 입후보한 최 의원, 황 전 국장 등의 선거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고발장을 전달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게 공수처의 시각이다. 손 검사는 또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의 제보자인 지모 씨의 실명 판결문 등을 부하 직원을 통해 검색한 뒤 고발 참고자료로 김 의원에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공수처는 김 의원에 대해서는 “손 검사와 공모관계에 있지만 당시 국회의원 후보자 신분이라서 공수처에 기소 권한이 없다”며 검찰에 이첩했다. 고위공직자가 아니어서 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에 이첩한 일부 피의자 죄명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된다거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달지 않고 단순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입건됐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등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수처는 7개월 동안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김 의원에게 전달됐던 고발장의 최초 작성자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손 검사가 대검의 부하 직원을 시켜 부당하게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이에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는 “대검의 임모 연구관(검사)이 초안을 작성했고, 성모 부장검사가 감수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결국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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