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검수완박, ‘해석’따라 결론 제각각…법조인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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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4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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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보수단체와 윤석열 당선인 팬클럽이 검수완박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2.5.4/뉴스1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보수단체와 윤석열 당선인 팬클럽이 검수완박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2.5.4/뉴스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안이 의결됐지만 후폭풍이 상당하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안보다는 후퇴해 일부 수사권을 남겼다는 평가지만 설익은 개정안 곳곳에서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모호한 조문도 많아 그 해석에 따른 현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통령령 개정으로 여지를 둔 직접수사 범위와 수사검사의 기소 제한 관련 조문이 대표적이다.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 설립이 불투명해 검찰의 부패·경제범죄 수사권 이양 시점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대장동·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현재 수사중인 사건의 계속수사가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제한하고 경찰의 무혐의 종결 사건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진 독소조항들은 개정 목소리가 거세다.

◇ 대통령령 개정 통해 檢 직접수사 범위 확대 가능…검찰·경찰서 2번 조사 받을 수도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 의결을 거쳐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기존 6대범죄에서 Δ공직자 Δ선거 Δ방위사업 Δ대형참사 4개를 제외하고 부패범죄·경제범죄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애초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으로 제한했지만 최종안에서는 ‘등’으로 문구를 수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한 뒤 대통령령 등을 명문화하면서 수사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행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6대범죄에 해당하는 죄목을 열거하는 방법으로 직접수사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 수정 여하에 따라 부패·경제범위의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대통령령에서 죄목을 일부 추가하거나, 부패·경제범죄에 관한 포괄적 정의를 새로 제시·규정해 기존 범위에서 파생되는 여죄 및 관련범죄 수사를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2.5.4/뉴스1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2.5.4/뉴스1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6대범죄의 죄목을 나열하는 형태로 규정하는데 대통령령으로 정하기에 따라 ‘부패·경제범죄는 이러한 것이다’는 정의 규정을 삽입할 수 있다”며 “죄명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넓게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령에 따라 직접수사 범위가 확장될 것이란 주장과 달리 입법안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수준의 대통령령 개정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령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일부 넓힐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재 규정된 부패·경제범죄 범위에서 괄목할 수준의 수사범위 확장은 개정안과 충돌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령 개정 수준에 따라 파생범죄, 여죄 등 수사 현장에서 상당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령과 개정안 취지간 상충 소지가 있을 경우 해당 사건에서 검사의 직접수사를 문제삼으면 이에 대한 법원 판례가 쌓일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대통령령에서 일부 직접수사 폭을 넓혀도 삭제가 명문화된 선거·공직자 연루 범죄 등 수사확장이 불가능해 부패범죄 수사 전반에 상당한 제약이 예상된다. 가령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하다 정치인·공직자 연루 사실을 포착해도 경찰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다가 추가 범죄 사실이 발견됐을 때 직접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면 경찰에 넘겨야 할 것”이라며 “동일 사건을 두고 어떤 건 경찰에서, 어떤 건 검찰이 하면 수사 효율성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고 실체적 진실 규명도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한 사건을 두고 검찰이 수사하다 ‘이건 우리가 할 수 없는 거네’ 하고 경찰에 이첩하면 피의자는 검찰과 경찰에서 이중으로 수사를 받게 된다. 검찰청과 경찰서에 번갈아 출석해야 한다”며 “경찰에서 넘긴 것을 다시 검찰에서 검토하고 기소하려면 사건 처리시간도 배는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후속 대통령령 개정작업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열린 해석’이 가능한 입법안 통과 여파로 대통령령을 비롯한 검찰 내부규칙 등 대대적 부대 개정작업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중수청 신설 여부·시점 안갯속…대장동 등 수사중 사건 차질 우려

당초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1차적으로 부패·경제범죄만으로 제한한 뒤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을 신설해 직접수사권을 모두 박탈하는 안을 추진했다. 1년6개월 내에 중수청을 설치해 검찰의 남은 직접수사권을 넘기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가 깨지면서 중수청 신설 관련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중수청 신설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반대로 선회하며 중수청 신설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검수완박 입법 선례와 같이 다수의석을 토대로 민주당이 또다시 중수청 신설을 밀어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검찰에 남은 부패·경제범죄 직접수사권이 그대로 존속될지, 폐지된다면 시점은 언제인지 등이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4개월 후부터 직접 수사권이 사라지는 관련 사건의 수사 차질도 예상된다. 대장동 개발비리, 산업부 블랙리스트, 월성원전 평가조작 의혹 등 수사가 지연되면 경찰로 이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검수완박 최종안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지방경찰청이 승계하도록 한다’는 부칙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그대로 검찰이 담당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 수사와 관련 “계속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검찰이 수사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두고선 전망이 엇갈린다. 검찰의 수사능력을 입증할 마지막 기회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수사권이 사라지는 분야 사건에서 더 이상 피의자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자조가 교차한다.

◇부실기소·무죄율↑ 우려…‘대리·차명 기소’ 조장 냉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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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조항 역시 공소 제기·유지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예고한다는 분석이 많다. 수사검사의 억지기소를 제한한다는 취지인데 직접 조사·확인 없이 기소 검사가 자료만으로 공소를 제기하면 부실기소가 증가하고 무죄율도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는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무죄에 대한 엄청난 확증편향을 가지고 (수사·재판에)임하는데 수사한 검사는 최소한의 범죄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도 없느냐”며 “기소보다 유죄판결이 중요한 건데 수사검사의 확증편향을 무조건 없애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수사검사를 공소 제기·유지에서 빼면)로펌 몇개가 달라붙는 권력형 범죄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청법이 규정한 수사검사의 기소 배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담당 수사검사뿐 아니라 부장·차장·지검장 등 결재라인 일체를 수사검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기소 배제만 제한하고 공소유지에 대해선 추가 규정이 없어 ‘대리기소’, ‘차명기소’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수사검사가 기소하지 못하도록 기속적 규정을 두는 것은 검사가 소추관이라는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원칙이 검찰에만 적용되고 공수처에는 빠져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보완수사 족쇄로 ‘공룡경찰’ 견제 불가…이의신청 제한 ‘독소조항’

직접수사 축소 보다 검찰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보완수사의 제한·족쇄 조항이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사사건에서 사실상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위기감이 높다. 이의신청권을 둘러싼 문제점은 벌써부터 상당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Δ경찰의 시정조치 미이행 Δ불법구금 의심 Δ고소인의 이의신청 등으로 송치를 요구한 사건은 경찰이 수사한 범위에서만 검찰의 보완수사가 가능해졌다.

이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 송치한 완성도 높은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필요성이 적은 반면, 경찰의 편파·축소 수사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건에선 오히려 검찰의 제동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상당하다.

경찰이 무혐의 처분 종결한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점도 우려를 자아낸다. 피해자·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무혐의 사건이 검찰에 넘어가도 검찰은 추가 범죄사실에 대한 입건을 할 수 없다.

검찰은 보완수사만을 요구할 수 있는데 경찰이 재차 혐의없음 처분하면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경찰의 입건 범위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가 원천 제한되는 셈이다. 별건수사 폐해를 명분으로 개정했지만 이로 인해 이의신청 등 송치사건의 진범이나 공범, 범죄수익환수에 대한 여죄 수사가 불가능해지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경찰 수사결과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한 것도 법조계는 물론 시민·사회·인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대목이다. 고발 사건에서 경찰이 불송치를 결정하면 이의신청 자체가 봉쇄되게 된다.

이는 ‘도가니 사건’과 같은 장애인 성폭력 사건,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 시민단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제3자 고발로 수사가 개시된 사건은 검찰의 이중검토 없이 경찰 단위에서 사건이 매듭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관위가 선거사범을 고발할 경우 경찰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돼 정치권을 위한 ‘방탄’ 조항이란 비판이 터져나온다.

김 변호사는 “고발인과 고소인은 한끗 차이인데 평등성 침해가 심각하다. 위헌 소송을 통해서라도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며 “아무 근거 없이 입법하지 말아야 할 입법을 무리하게 자신들 편의를 위해 입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가능한 범죄 부서의 직제와 검사 현황 등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검찰청법 규정 역시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정치권이 수사진행상황을 들여다보며 외압을 행사할 것이란 우려에도 끝내 입법안에 관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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