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학계 및 법조계 등에서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의 위헌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위헌성과 별개로 헌재가 공포된 법안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 檢, 새 정부 출범 후 권한쟁의심판 청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새 정부 출범(10일) 이후 법무부와 공동 대응을 통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간 권한 다툼이 있을 경우 헌재에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법무부 외청인 대검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명백한 국가기관인 법무부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이날까지 헌재에는 헌법소원 5건과 권한쟁의심판 1건이 접수됐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법안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헌재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도 자신들이 고발한 사건 중 일부에 대해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되면서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3일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헌법소원의 경우 검수완박 법안에 4개월간의 유예 기간이 있는 만큼 현재 시점에서 기본권 침해가 나타난 것은 아니라 각하될 수 있지만, 권한쟁의심판은 헌재에서 충분히 심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입법 과정 논란, 법안 자체 위헌성도
법조계에선 헌재가 권한쟁의심판 등의 심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경우 절차와 법안 내용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쟁점이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이른바 ‘위장 탈당’을 진행한 후 무소속 신분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여한 것이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은 입법부가 법률을 만들 권한(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안건조정위가 여야 합의를 위한 제도인데 이미 여야 원내대표 합의 후 의원총회에서도 추인됐다는 점에서 적법 절차 보장의 취지를 충족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 내용의 위헌성도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헌법 12, 16조가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보장하는데 영장청구는 수사권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하위 법률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배제한 것을 두고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고소인과 고발인을 차별하면서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이 침해된 점에 대해 향후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헌재, 과거엔 위헌성 인정해도 무효로는 안 해
하지만 법조계는 헌재가 위헌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미 공포된 법안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실제로 헌재는 1997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 등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에 반발해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이 부여한 법률 심의·표결권이 침해된 것”을 인정했지만 “가결 선포 행위 자체는 무효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009년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투표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공포된 법안을 무효로 하진 않았다. 국회 입법 절차상 하자를 하나하나 문제 삼아 그때마다 법안을 무효로 한다면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다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국회 입법 과정에서의 위헌성이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 통과된 법안 자체의 효력 상실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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