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사저 주변서 보수단체 밤샘 시위… 주민들 “잠 좀 자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3일 03시 00분


낮엔 文 비방, 밤엔 교육헌장 방송
확성기 틀며 소음 기준은 안 어겨
경찰 “대응수단 딱히 없어… 설득중”
주민들 “야간집회 중단” 탄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입주 둘째 날인 11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차량과 확성기를 이용해 시위를 하고 있다. 양산=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 입주 둘째 날인 11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차량과 확성기를 이용해 시위를 하고 있다. 양산=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한 보수단체가 국민교육헌장을 틀며 24시간 밤샘 집회를 진행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평산마을 측은 주민 서명을 받아 “야간 집회를 중단시켜 달라”는 진정서와 탄원서를 12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집회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1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보수단체 ‘벨라도’ 회원 20여 명은 전날 낮 시간에 문 전 대통령 사저와 약 100m 떨어진 도로에서 확성기를 동원해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어 12일 오전 1시경부터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하는 방송을 밤새 틀었고, 동이 트자 다시 확성기 시위로 전환했다. 이날 양산시와 경찰에는 야간 소음 민원 40건 이상이 신고됐다.

경찰은 30여 명을 배치해 대응에 나섰지만 집회를 막진 못했다. 이 단체가 집시법 시행령 14조에 규정된 소음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경찰에 따르면 주거지역인 사저 주변 소음 기준은 주간(오전 7시∼일몰) 65dB(데시벨) 이하, 야간(일몰∼자정) 60dB 이하, 심야(자정∼오전 7시) 55dB 이하다. 이 단체는 7분가량 85∼90dB로 소리를 올리다 이후 25분 동안 소음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

단시간에 높은 소음을 반복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2020년 12월부터 10분간 발생한 평균 소음 중 최고 소음을 단속하고 있지만 ‘시간당 3회 이상 기준 초과 시’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이 단체는 시간당 2회까지만 기준을 초과해 해당되지 않는다.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소음을 측정한 결과 이 단체는 소음기까지 동원해 법 규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위반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벨라도는 다음 달 5일까지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 여기에 서울에서 내려온 한 1인 시위자도 차량에 확성기를 달고 마을을 돌며 문 전 대통령 비방 방송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해도 너무한다. 경찰이 집회를 중단시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 A 씨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떠든다. 국민교육헌장을 다 외울 지경”이라며 “적어도 밤만큼은 조용히 해주는 게 예의 아니냐”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현장에서 단체를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며 “소음 기준까지 교묘히 피하고 있어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집회와 관련해 따로 입장을 내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사저 담장 인근 대나무 뒤편에는 높이 1.5m, 길이 7m 정도의 가림막이 설치됐다. 외부 시선에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보수단체#밤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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