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대법원 청사.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주문이 낭독된 후 피고인의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형을 가중해 다시 선고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3일 무고·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3년 3월 B 씨가 자신의 허락 없이 증권계좌 개설을 신청했다고 허위로 고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외에도 A 씨는 B 씨 명의로 3000만 원 상당의 차용증을 위조한 혐의, 이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제시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2016년 9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판사 김양호)은 A 씨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했다. 이때 A 씨는 “재판이 X판이다”, “재판이 뭐 이따위야” 등 발언을 하며 난동을 부렸고 교도관들이 A 씨를 제압해 법정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이후 재판부는 A 씨를 다시 데려오라고 명령한 뒤 “선고가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해 선고형을 정정한다”며 징역 3년을 다시 선고했다. A 씨 1심 판결문에는 “변론 종결 후 판결선고 시점까지 법정 모욕적 발언 등 잘못을 뉘우치는 점이 전혀 없었다”는 양형 이유가 추가됐다.
이에 대해 A 씨는 이미 징역 1년의 선고가 종료됐으므로 이를 임의 변경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변경 선고가 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A 씨가 당심에서 재판과정의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자세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을 유지하는 것에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 선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절차로서 선고절차를 마쳤을 때 비로소 종료된다”며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변경 선고를 하는 경우는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의 잘못이 발견된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경우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며 “1심 선고기일에는 변호인도 출석하지 않아 A 씨로서는 자신의 행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떤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형사 판결 선고의 종료 시점이 언제인지, 그 과정에서 주문의 변경 선고가 가능한지에 관한 논란을 정리하고 변경 선고가 가능한 한계를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향후 하급심 운영의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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