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택시대란, 전국 확산 조짐… 의무휴업 한시 해제 서울에 이어
경기, 시군에 해제 요청 공문 보내… 배달업계로 떠난 기사들 되돌리려
택시요금 인상-취업박람회 추진… 강원-세종은 지난달 요금 올려
인플레 속 시민 부담 커질 우려도
박모 씨(34)는 13일 경기 용인시 죽전카페거리에서 회식을 마치고 화성시 동탄동 집에 가려고 오후 11시 20분경부터 1시간가량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으로 여러 차례 호출했지만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다’라는 메시지만 떴고, 도로에서도 빈 택시를 찾기 힘들어 결국 가족이 차로 데리러 왔다. 박 씨는 “대로변에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 천지였다”라며 “요즘은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대도시와 수도권 번화가에서 밤마다 ‘택시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제(부제) 해제와 택시요금 인상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 법인 기사, 배달·택배업계로 떠나
최근 택시 승차난은 법인택시 기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줄자 배달·택배업계로 대거 이직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기지역의 경우 2019년 12월 말 약 1만5000명이던 법인택시 기사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4000여 명(약 27%) 줄어 최근에는 약 1만1000명만 남았다. 인천도 같은 기간 약 5600명에서 1300여 명(약 23%) 감소해 약 4300명만 남았다. 경기지역 택시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동안 승객은 없는데 연료비가 계속 오르자 법인택시 기사들이 생계를 위해 배달과 택배업계 쪽으로 떠났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의 법인택시가 차고지에서 ‘놀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등록된 법인택시는 1만255대지만 실제 운행 중인 택시는 7000여 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코로나19 이후 기사를 구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부제 풀고, 택시요금 인상 검토
최근 심야시간 개인택시 부제를 한시 해제한 서울시처럼 부제 해제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적지 않다. 부제는 차량 정비와 기사의 휴식을 위해 휴무를 강제하는 제도(3부제는 이틀 운행 뒤 하루 휴무)다.
경기도는 택시 부제 해제 권한을 갖고 있는 각 시군에 해제 요청 공문을 16일 보냈다. 이에 의정부시와 부천시, 의왕시 등에서 부제 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명시와 양주시는 이미 부제를 해제한 상태다. 경기지역 31개 시군의 택시 3만7852대 가운데 부제를 적용받는 택시는 수원시 등 11개 시군의 4522대다.
떠나간 기사들을 택시업계로 되돌리기 위해 요금 인상도 검토 중이다. 광주시는 진행 중인 택시요금 연구용역이 끝나면 택시비 인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도 “택시 운송원가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요금 인상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요금을 올린 곳도 있다. 강원도는 지난달 25일 기본요금(2km까지)을 기존 3300원에서 3800원으로 500원 인상했다. 2019년 인상 후 3년 만이다. 세종시도 기본요금을 지난달 1일 2800원에서 3300원으로 올렸다.
다만 최근 물가가 급등하는 와중에 택시요금까지 오르면 시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상 폭이 관건”이라며 “너무 많이 올리면 나중에 물가가 안정됐을 때 오히려 택시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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