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열자 148만명…中 지원에 숨통 트일까, 여전히 불안

  • 뉴스1
  • 입력 2022년 5월 17일 13시 11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전날인 16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26만9510여 명이 새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전날인 16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26만9510여 명이 새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열병 환자 발생이 연일 하루 수십만명 수준에 이르면서 북한 당국이 중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중국 정부 또한 언제든지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지원받으면 급하게 필요한 곳에 지원 물품을 공급할 수 있어 일단 숨통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누적 확진 의심자가 150만명에 달하고 있어 지원 규모에 따라 여전히 불안함이 남아있다.

◇北, 中에 도움 요청…이달 초 시노백 백신 긴급 수입

지난 16일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등 업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에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열병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할 진단검사 장비나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전국적인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아 주민 대부분이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하다.

중국 정부는 이미 북한의 이러한 상황에 우려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은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진단 장비와 치료제 등 시급한 의약품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백신은 이미 이달 초부터 중국으로부터 시노백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는 평안북도의 군 간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부터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신의주에 자리한 국경경비대 제31여단 군인들에게 중국산 코로나 왁찐(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누적 확진자 148만명…“건국이래 가장 큰 혼란”

1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까지 보고된 유열자(발열자)는 26만9510명이다. 지난 4월 말부터 이날까지 보고된 누적 확진 의심자는 모두 148만3060명이다.

하루 수십만명 규모 발열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또 당에 의약품 공급 정책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집행하지 못했다고 질타하면서 북한 당국은 의약품 공급에 군 병력을 투입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이번 코로나19 유행에 대해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진단검사 장비가 부족해 증상이 나타난 환자를 중심으로 감염 확산을 파악하다보니 무증상자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오미크론 변이는 무증상자 비율이 거의 절반에 이르고 북한이 감염 지표로 활용하는 발열은 감염자의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6일 백브리핑에서 “증상 중심으로 확진자를 관리하면 무증상자를 못찾고, 무증상자의 반이 젊은층인데 이들의 감염 전파를 차단하지 못하게 된다”며 “여기에 더해 예방 접종이 안 돼 중증화와 사망 방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체계 미흡…中서 지원받아도 불안

하지만 중국에서 진단검사 장비와 치료제를 들여와도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체계적인 방역체계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4일 노동신문은 “과학적인 치료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약물 과다복용을 비롯한 과실로 인명피해가 초래됐다”며 그 대응체계가 확립되지 못했음을 자인했다.

치료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환자들은 각자 자택에서 격리하며 민간요법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격리가 오래 지속되면 어려운 식량 사정이 더 악화할 우려도 크다.

헤젤 스미스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대(SOAS) 교수는 16일 영국 BBC 방송에 “엄격한 격리는 북한이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나 에볼라 등 감염병을 통제하는 핵심 전략이었다”며 “(코로나19에 대응할) 조직적 기반뿐 아니라 충분한 소독제, 전기, 수도 같은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다. 국경이 뚫리고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 환자들을 통제하고 치료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격리 조치로 경작지 관리가 안되면 심각한 식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계식량계획(WFP)는 현재 북한 인구 약 2500만명 중 1100만명이 영양결핍 상태에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16일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우리 측 방역 경험·기술 협력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전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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