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구로에서 중국 국적의 남성에게 ‘묻지마 살해’ 당한 피해자는 가족도 없이 힘겹게 삶을 이어온 일용직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자 A 씨(60대·남)가 머물던 숙박업소 주인은 18일 JTBC와 인터뷰에서 “아주 착하다고. 남자가 엄청 착해. 엄청 불쌍해. 아주 착하거든. 착한 사람 왜 죽였는지 몰라”라며 안타까워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지내던 A 씨는 가족 없이 홀로 숙박업소에 살아왔는데, 일감이 없어 월세를 못 내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날도 인력 사무소 명함을 보며 일자리를 찾던 중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이유도 모른 채 거리에서 살해당했다.
숙박업소 주인은 “먹는 것도 없어. 엄청 어려워 그 사람. 일 못 나가, 나이가 많으니까 안 시켜줘. 한 달에 한두 번 나가나 그래”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의 시신을 인계하지 못해 결국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 11일 벌어졌다. 오전 6시경 구로구 공원 앞을 지나던 A 씨를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이 발로 수차례 폭행한 후 주변에 있던 깨진 도로 경계석(연석)으로 내려친 사건이다.
신고까지 약 20분이 걸리는 동안 A 씨는 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된 가해자는 마약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가해자는 A 씨를 살해한 뒤 손수레로 폐지를 모으던 80대 노인도 폭행했는데 현재 두 사건 모두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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