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간이식팀 새롭게 구축
임상경험 풍부한 김경덕 교수 합류
장기이식센터 협진체계도 잘 갖춰
말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소 술을 즐겨하던 A 씨(52)는 3월 말 극심한 피로와 함께 얼굴이 노래지는 황달 증상을 느꼈다. 평소와 달리 배도 빵빵해졌다. 동네 의원을 찾았는데 서둘러서 큰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A 씨의 몸 상태를 정밀 검사한 인하대병원 의료진은 간이 굳어지면서 얼굴이 노랗게 변하고, 배에 물이 차고, 정신을 잃는 등 간 기능이 크게 떨어진 ‘비대상성 간경변’이라고 진단했다. 비대상성 간경변은 간의 70∼80%가 망가진 상태로 회복이 어렵다. A 씨의 간은 오랜 폭음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기증자로부터 새로운 간을 이식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기약 없이 간 이식 대기를 하던 중 4월 중순 기적이 일어났다.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한 달이 안 돼 간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그는 응급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해 현재 정상적인 간 기능 수치를 유지하며 회복하고 있다. A 씨는 “기증자와 가족의 숭고한 마음을 잊지 않고 살겠다. 긴급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인하대병원 의료진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간 이식 수술을 집도한 신우영 교수(인하대병원 외과·장기이식센터장)는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간 이식을 받은 환자 중에서 건강 회복 후 다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금주가 삶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며 “간 이식 후 거부 반응, 담도계 합병증, 면역억제제에 의한 당뇨, 고지혈증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복약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정기검사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체 장기 중 가장 큰 기관인 간은 우리 몸에서 해독을 포함한 대사 작용과 단백질 및 혈액응고인자 합성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간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다양한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만성 간염이 지속되면 간의 섬유화가 진행돼 간경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알코올성 간 질환과 비만에 따른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간이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간 이식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다. 간 이식의 수요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뇌사 기증자의 간은 기증을 받는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위독한지에 따라 배정된다.
멜드(MELD) 점수로 응급도를 평가하는데 외국은 30점만 돼도 간 이식을 받지만, 국내는 뇌사 기증자가 부족해 최고점인 40점에 도달해도 뇌사 기증자를 기다리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간 건강’을 지키려면 금주를 실천해야 한다.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알코올의 대사 물질이 간세포를 손상시킨다.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될 시간적 여유 없이 다시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변, 간암으로까지 진행된다.
인하대병원은 최근 간 이식팀을 새롭게 구축했다. 신 교수가 팀을 이끌고 풍부한 임상 경험이 있는 이식외과 전문의 김경덕 교수가 합류했다. 장기이식센터는 간담췌외과, 소화기내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전문 의료진이 참여해 긴밀한 협진체계를 갖추고 있다.
장기이식센터 이유리 코디네이터(간호사)는 “인하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4시간 상담이 가능하고 365일 응급 수술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있다”며 “코디네이터가 늘 센터에서 상주하면서 환자별 맞춤 상담과 이식 전후 면역과 영양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적인 케어를 펼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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