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 감염병인 ‘원숭이 두창(monkeypox)’의 인간 감염 사례가 유럽과 북미 지역을 넘어 중동에서도 나온 가운데, 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이 질환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외신과 국제기구에 따르면 원숭이 두창 발병 사례가 보고된 국가는 15개국으로 늘어났다. 영국 BBC는 22일(현지시간) 원숭이 두창 감염 사례가 이스라엘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세계보건기구(WHO)가 12개 회원국 발병 보고를 전한 데 이어 하루 만에 3개 국가가 늘어난 것이다.
원숭이 두창은 세계적으로 근절이 선언된 사람 두창(천연두)와 비슷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다. 발열, 오한, 근육통이 나타나며 손을 중심으로 전신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는 것이 특이 증상이다. 2~4주간 증상이 나타나다 대부분 자연회복된다. 치명률이 10%를 넘는 변이도 있지만, 최근 치명률은 3~6% 내외다.
원숭이 두창의 광범위한 확산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가 없다.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던 풍토병이 서유럽에서 발생 보고가 된 건 이달 초부터다. 일부 국가에서는 성관계 등 밀접한 신체접촉을 감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체액, 호흡기 비말, 오염물질 접촉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뉴욕시 보건당국은 원숭이 두창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 두창에 대한 교차면역 효과로 약 85% 예방효과가 있다. 국내에는 인간 두창 백신 3502만명분이 비축돼 있다. 다만 질병청은 “현 비축물은 원숭이두창 백신과는 달라서 효과성 평가 등 검토가 필요하다”며 당장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덴마크 바바리안 노르딕이 개발해 FDA 승인을 받은 원숭이 두창 백신 임바넥스도 있다. 별도의 치료제는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질병청은 지난 2016년 원숭이 두창 진단검사법 및 시약 개발과 평가까지 완료한 상태다. 원숭이 두창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신속히 환자를 진단해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유입은 아직 보고된 바 없지만 방역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해외여행 증가와 통상 6~13일, 최장 21일인 비교적 긴 잠복기로 국내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방역 당국은 해외 발생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관리대상 해외감염병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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