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라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상)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 나온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그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 연장을 보장하는 제도다.
대법원 민사1부는 26일 A씨가 과거 재직했던 B연구원을 대상으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임금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낸 소송의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A씨는 지난 2008년 6월경 재직 중이던 B연구원이 임금피크제 운영요령을 만들어 이듬해부터 시행하면서 임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직급·역량등급이 강등됐다. 이에 따라 수당·상여금·퇴직금·명예퇴직금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지난 2014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금액은 약 1억8339만원 및 이자다.
당시 B연구원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만 55세 이상 연구원에 대해 인사 평가 및 급여 체계에 관한 기준 절차를 따로 뒀다. A씨는 임금피크제로 인해 성과평가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더라도 임금피크제 적용 전 S등급 아래 등급을 받을 때보다 임금이 적다며 고령자고용법상 제4조의4를 어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B연구원은 만 55세 이상 직원들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떨어져 55세 미만 직원들과 차등을 둘 이유가 있고,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퇴직 평균 연령이 상승하는 등 정년 보장 효과가 있어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 전 노동조합과 장기간 협의를 거쳐 충분히 의견 수렴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건의 쟁점은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보고,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있는지다.
1심 재판부는 연령만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내용의 규칙은 고령자고용법을 어겨 ‘효력이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사실상 만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이고, 노조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임금피크제 내용 자체가 법에 반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도 B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55세 이상 직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 복리후생에 차별하는 것이라 고령자고용법,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이 B연구원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판결을 확정하면 사실상 임금피크제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다.
노사간 합의를 이뤘더라도 연령을 기반으로 한 임금피크제 자체가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향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로부터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B연구원과 유사한 임금피크제를 도입·운영 중이기도 하다. 특히 임금피크제·고령자고용법 관련 첫 대법원 판단이라 현재 진행 중인 하급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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