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이 비말(침방울)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기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기전파가 가능하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이 피부나 상처 등을 통한 접촉 가능성이 더 크다며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美 CDC “공기전파 확률 낮아…비말감염 위해선 장시간 함께 있어야”
최근 미국 CDC는 원숭이두창이 주로 신체접촉을 통해 감염된다며 몸에서 발진이 생겼을 때 전염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위해선 감염된 사람과 밀접한 접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드물지만 비말로 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처럼 대규모 유행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조치다.
제니퍼 맥퀴스톤 CDC 부국장은 “만약 입이나 목에 병변이 있는 원숭이두창 감염자와 장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면 비말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쉽게 퍼지지 않는다”며 “걱정할 것은 호흡기 전파가 아니라 감염자와의 접촉 또는 밀접접촉 여부”라고 말했다.
맥퀴스톤 부국장은 원숭이두창 감염자 9명이 나이지리아에서 다른 국가로 장거리 비행을 했으나 비행기 내 감염은 없었던 사례를 예로 들며 “식료품점에서 지나쳤다고 원숭이두창에 걸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통상 피부나 상처 등에서 나온 체액 등을 통해 감염될 확률이 높다.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공용 침구나 의복을 사용하거나 가정 내 집기의 접촉, 감염자의 침구를 보호장구 없이 교체하는 것 등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또 사람과 동물에 감염되는 인수감염병인 만큼 설치류 등을 통해 감염된 사례도 있다.
◇원숭이두창 감염사례, 19개국서 확진자 237명…확산속도 빨라져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달초 이후 19개국에서 273명이 확진자가 보고됐다. 피부 접촉으로 전파 속도가 늦다곤 해도 생각보다 확산 속도가 빠른 모양새다.
전날 국내 방역당국이 총 18개국가에서 확진환자 171명이 보고됐다고 발표한 내용에서 하루만에 100명이 넘게 늘었다. 지난 21일 보고된 확진자 79명에 비해선 일주일도 안 돼 3.5배 늘었다.
원숭이두창은 발열·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2~4주간 전신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난 뒤 대부분 회복된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형으로, 치명률이 약 1%다. 다른 유형인 콩고분지형은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고 치명률은 10%에 달한다.
애초 서아프리카지역 풍토병이었으나 이달 초 영국을 시작으로 이례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감염 사례가 지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WHO는 이번 원숭이두창 유행에 대해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파티 중 성소수자간 성접촉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은 성접촉보다는 피부나 상처 등에서 나온 체액 등으로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이어 백신접종 고려 국가 늘어나…WHO “통제 가능할듯”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윈숭이두창 백신접종을 준비중인 미국에 이어 유럽 각국도 백신접종을 고려 중이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지난 24일 원숭이두창 감염자와 접촉 위험이 있는 성인과 감염 환자에 노출된 의료진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권고했다.
덴마크 정부는 25일 자국 내 원숭이두창 감염사례가 추가되자 “원숭이두창 백신 200회분을 도입한다. 또 비상 상황에 대비해 200~3000회분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또한 원숭이두창 사례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접종할 수 있도록 백신 4만회분을 구매할 예정이다. 다만 칼 라우터바흐 보건부 장관은 “조기 개입으로 원숭이두창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 팬데믹(대유행)을 알리는 신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 정부는 이미 지난 20일 “일부 의료종사자와 원숭이두창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방역당국도 26일 “(원숭이두창 백신) 국내 도입 필요성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됐을 때 추후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들이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백신은 모두 덴마크 바이오기업 바바리안노르딕이 만든 두창 백신 임바넥스(미국명 진네오스)다. 3세대 두창 백신으로 부작용 우려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비 브라이언드 WHO 글로벌감염위험대비국 국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원숭이두창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상황이 정상은 아니지만 통제할 수 있다. 작은 흙더미를 산으로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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