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지도에 감염자 집 표시
물 펌프 같이 사용한 공통점 발견, 오염된 물 펌프 폐쇄해 콜레라 종식
지도 위 데이터 활용하는 기술 ‘GIS’… GPS 기술 더해져 내비게이션 탄생
서울시는 야간 택시 승하차 지역 등… 빅데이터 반영해 심야버스 노선 개설
지난 2년 반 동안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풀 꺾이는 모양새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점에 왔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맞아 거리 곳곳마다 나들이 인파가 넘칩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던 우리의 삶에도 이제 탈출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인간이 맞이하고 극복해온 감염병은 코로나19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훨씬 치명적이었던 감염병도 많았습니다. 오늘의 ‘지리’ 이야기는 이 치명적이었던 감염병 중 하나인 콜레라로부터 시작합니다.
○ 수많은 생명을 구한 지도 한 장
19세기 영국에서는 콜레라가 대규모로 창궐했습니다. 현재 코로나19의 치명률이 1%대로 낮아졌지만 당시 콜레라는 감염자의 절반 정도가 사망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콜레라의 감염 원인을 알지 못해 대중의 공포심은 더욱 컸습니다. 이때 존 스노라는 의사가 등장했습니다. 스노는 콜레라의 감염 원인을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그러던 중 1854년에 런던의 소호 지역에서 콜레라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노는 소호 지역 지도에 콜레라 환자의 집을 하나씩 표시했습니다. 그러던 중 콜레라 환자의 집이 브로드 거리를 중심으로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도에 콜레라 환자의 집을 표시하다 보니 그 사실을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브로드 거리의 중심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물 펌프가 있었습니다. 스노는 이 물 펌프를 통해 공급되는 오염된 물이 콜레라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물 펌프를 폐쇄토록 했습니다. 그러자 콜레라는 거짓말처럼 유행을 멈추었습니다. 한 사람의 의사가 콜레라 환자 집의 위치라는 데이터를 지도에 표시해 본 것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지도는 오늘날 ‘지리정보체계(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의 시초가 됩니다.
○ 지역개발에 지리정보체계 활용한 캐나다
GIS는 지도 위에 수많은 데이터를 표시하고 이를 분석하여 인간의 삶에 유용한 결과를 도출하는 지리적 기술입니다. 앞서 말한 스노가 GIS를 기초적으로 활용하여 콜레라로부터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GIS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캐나다였습니다. 캐나다는 러시아에 이어 국토 면적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거대한 국가입니다. 1960년대 캐나다 정부는 넓은 국토의 다양한 자원과 토지, 산림 등의 분포를 데이터로 만들고 각 지역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GIS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저 톰린슨 박사와 함께 캐나다의 토지와 자원을 지도에 표시하여 거대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캐나다 GIS(CGIS)를 개발합니다. GIS라는 용어는 당시 톰린슨 박사가 처음 만든 말이었습니다. CGIS는 이후 1980년대까지 30년간 캐나다의 지역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컴퓨터 기술과 함께 발전하던 GIS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과 만나게 되면서 큰 도약을 이룩하게 됩니다. GPS는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구 위 사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본래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던 것을 민간용으로도 개방하게 된 것입니다. GIS가 GPS와 만나 탄생한 대표적 기술이 ‘내비게이션’입니다. 컴퓨터로 만든 지도 위에 각종 도로, 건물, 산, 하천 등의 위치를 표시한 GIS와 차량의 실시간 위치를 알 수 있는 GPS가 만나 실시간으로 차량을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탄생한 것입니다.
○ GIS가 빅데이터와 만나면
GIS는 우리 사회 곳곳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게를 낼 때 어느 곳이 좋은지, 공원이나 소방서, 방범용 폐쇄회로(CC)TV 같은 정부의 시설이 어디에 더 필요한지, 산불 홍수 등 재난 발생 시 빠르게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등 GIS의 활용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빅데이터가 더해진다면 GIS의 미래는 더욱 기대됩니다.
서울시는 심야에 택시 승하차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과 휴대전화 사용이 빈번한 지역을 빅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GIS 기반의 서울시 지도에 반영하여 많은 사람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심야버스 노선을 개설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휴가 날짜만 입력하면 평소 여러분이 자주 방문했던 장소와 관심사를 빅데이터로 수집하고 반영하여 여러분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여행지와 스케줄을 GIS가 알아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진학이나 취업 등으로 새로운 곳에 집을 구해야 할 때 여러분의 평소 삶의 방식을 빅데이터로 파악한 GIS가 최적의 집을 구해줄 수도 있지요.
빅데이터 시대에 GIS가 활용될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줄 GIS에 관심을 가진다면 다음 번 GIS 기술 도약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도 한 장으로 생명을 구한 스노 같은 지리 이야기의 다음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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