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동물의 권리’ 개념 만든 피터 싱어

얼마 전 폐양식장에 길고양이를 가두고 학대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너무 무섭고 슬픈 일이지만 범인이 처벌받는 건 분명하다고 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동물을 보호하고 학대하거나 유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인간과 동물의 유대는 야생 늑대를 길들였던 약 1만2000년 전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를 비롯해 고양이 소 말 돼지 등 우리 곁에 있는 동물에 대한 인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 왔습니다.

아주 오래전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동물도 인간처럼 불멸의 영혼을 가지고 있어 윤회를 통해 서로 인간과 몸을 바꿔 가며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습니다. 반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낮은 등급의 생물체는 높은 등급 생물체의 먹이가 되거나 노동으로 이용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17∼18세기 유럽에서는 인간과 달리 동물은 이성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고 규정했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이론적으로 최초로 정립한 사람이 바로 20세기 오스트레일리아 철학자 피터 싱어(사진)입니다. 그는 저서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에서 인간 이외의 다른 생물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 그가 내세운 이론이 ‘종 차별주의(speciesism)’입니다.

종 차별주의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인간이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이용하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보다 지능이 낮아서 고통을 덜 느낄 거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들을 예로 들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신생아들도 고통을 느낍니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를 연속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아직 성인처럼 발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즉, 자아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존재이지요. 그렇다면 신생아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같은 학대가 인간에게 벌어진다면 분노하면서 동물의 경우에는 무감각한 것, 이것이 바로 싱어가 말하는 ‘종 차별주의’입니다.

그래서 싱어는 유인원, 개, 돼지 등 동물들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인류가 동물을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것은 과거 인종이나 성별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싱어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동물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일만큼은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동물을 보호해 왔을까요?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에 대한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후 사회 변화와 동물보호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수차례 법을 개정해 왔습니다. 또 동물복지위원회를 설치하고 동물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들을 꾸준히 정비해 오고 있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