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무증상 입국자’ 못 걸러내는데…국내 확진자 발생 불가피?

  • 뉴스1
  • 입력 2022년 5월 27일 08시 37분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2022.5.26/뉴스1 © News1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2022.5.26/뉴스1 © News1
해외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계속 보고되면서 국내에서도 곧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잠복기가 길어 아무 증상이 없는 상태로 감염자가 입국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에 사용하는 백신 ‘진네오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보건 전문가 또한 유행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백신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잠복기 중 무증상 입국시, 국내 유입…코로나19도 해외유입 사례 많아

방역당국이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입국 시 모든 여행객을 대상으로 발열 확인과 건강상태 질문서를 요구하는 등 감시체계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잠복기가 있는 감염질환 특성상 모든 감염환자를 입국 시 선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파력은 다르지만, 감염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도 무증상 감염자가 계속 해외에서 들어오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잠복기는 1~14일(평균 4~5일)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1803만6720명 중 3만2619명이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다. 비율로는 적지만 발생 사례 자체는 생각보다 많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감염 후 잠복기가 통상 6~13일, 최장 21일에 달한다. 해외에서 감염된 확진자가 입국할 당시에는 아무 증상이 없는 상태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주요 증상으로는 발열·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2~4주간 전신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난 뒤 대부분 회복된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감염돼 잠복기에 증상이 없는 상태로 들어올 수 있다. 다만 무증상인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유입 가능성은 있지만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백신도입 시급…대량접종은 오히려 이득 적어

정부는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에 대비해 백신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원숭이두창 유행 억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승인된 백신을 도입하는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26일 이형민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국내에 일정 수량의 (두창) 백신을 비축했다”면서도 “3세대 백신인 ‘진네오스’ 국내 도입 필요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네오스는 덴마크 바이오기업 바바리안노르딕이 만든 두창 백신 임바넥스의 미국명이다. 현재 원숭이두창에 대해 승인받은 유일한 백신이다. 이 백신은 감염자와 접촉 후 4일 이내에 접종받으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백 교수는 “국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접촉자들을 격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접촉한 이후에라도 백신을 접종하면 원숭이두창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원숭이두창은 사람간 감염이 쉽지 않아 제대로 막을 수 있으면 지역사회에 퍼지는 것은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며 백신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4일이 지났어도 14일 이내에 예방접종을 받으면 물집이 생기는 등 중증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이면 PCR(유전자분석)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이도 (수포 등) 임상증상만으로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숭이두창 감염이 피부에 난 수포나 상처 등의 체액에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그만큼 전파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백신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여러 국가가 잠복기간인 3주간 격리 조치와 함께 현재 이 백신을 접종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영국은 이미 일부 의료진과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프랑스, 덴마크, 독일 등도 백신 도입을 준비 중이다.

다만 코로나19처럼 전 국민을 대상을 한 대규모 접종을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 방식이 까다로워 하루에 많은 사람에게 접종하기 어렵고 전파력도 코로나19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에 백신 접종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백 교수는 “성인보다는 어린아이에서 사망위험이 큰데 이 백신은 18세 이상 성인에만 접종할 수 있다. 임신부도 금기다”고 말했다.

또 “대량접종은 오히려 이득이 적다. 두창 백신이 여러가지 부작용 사례가 있다. 이 백신은 3세대 백신이라 부작용이 덜하지만, 국내 보유한 백신으로 대중에게 일반적인 접종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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