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공소장-판결문 직접 조회”… 자체 열람 시스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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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KICS 안에 2024년 구축… ‘검수완박’ 경찰수사 효율성 제고
현재 檢 통해 공소장 등 제공받지만 사건 이첩되거나 병합땐 조회 못해
새 시스템, 수사업무 개선 기대
정보 공유 범위 싸고 검경 신경전… 檢 “개인정보 유출 우려” 지적도

경찰이 형사사건 정보가 망라되는 법무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서 공소장, 판결문 등을 자체 열람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경찰의 업무량이 늘고 권한이 확대되자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면서 내놓은 해법이다. 하지만 정보를 어느 정도로 공유할지를 두고 검찰이 이견을 드러내면서 검경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 “업무 처리 신속성과 효율성 높아질 것”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검찰, 법무부 등과 지난해 6월부터 ‘KICS 협의체’를 만들어 일선 수사경찰이 담당 사건의 공소장, 판결문 등 사건 기록 일체를 조회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KICS는 형사사건 정보와 사건 처리 현황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현재는 경찰, 법무부, 검찰 등이 각각 별도의 데이터베이스(DB)를 운영하고 있다. 기관에 따라 열람 가능한 정보도 다르다.

이 때문에 지금은 담당 경찰이라도 범인이 어떤 혐의로 기소됐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경찰이 적용한 혐의를 검찰이 변경해 기소한 일부 경우 △송치 사건이 다른 관할지로 이첩된 경우 △다른 사건과 병합 또는 분리된 경우에는 조회가 안 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사건을 두고 KICS상에서 기관 간 기록이 불일치하는 비율이 약 3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같은 점을 개선한 새 시스템이 구축되면 수사경찰 업무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늘어난 수사 총량을 감당하려면 시스템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시스템 개선이 확정될 경우 지난해부터 경찰·검찰·법무부·해경 등이 본격 추진한 ‘2024년 차세대 KICS 구축사업’에 반영돼 2025년부터 공소장과 판결문 조회가 가능해진다.

○ 정보 공유 놓고 검경, 줄다리기 중

그러나 협의체에서 어디까지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를 두고 검경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기관별 DB를 연동해 검찰이 볼 수 있는 정보와 동일한 정보를 경찰도 볼 수 있도록 하자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측은 “사건과 관계없는 과도한 개인정보까지 유출될 위험이 있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의 KICS DB에는 검찰 측이 확보한 사건 관계인의 진술, 피의자의 동종 전과 기록 등 추가 정보가 들어 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과 병합돼 재판이 진행될 경우에도 추가 정보가 담기게 된다. 이 같은 정보를 경찰이 모두 들여다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경찰이 수사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동료 경찰관의 차량을 사적으로 수배해 주민번호를 조회하거나 과거 교제했던 여경의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조회했던 경찰이 적발돼 재판을 받는 등의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런 우려를 감안해 시스템상 자료 열람 권한을 수사 담당자로 제한하고, 데이터 접속 이력을 현재도 모두 기록해 관리하고 있다.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내용을 비공개 처리하고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 경찰에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인정보 보호 분야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기록 열람 권한을 사건 담당자로만 최소화한다면 오남용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민감한 정보가 담긴 기록물인 만큼 유출 제어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충분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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